한국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본사업이 기획재정부 예산 할당 이슈로 지연되고 있다. 이통사·장비업체·제조사 등 통신 관련업체들은 재난망 사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세계 첫 테스트 배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를 후원해야 할 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김영식 KT 네트워크연구개발단장이 KT융합기술원에 마련된 공공안전망 기술검증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KT 제공
김영식 KT 네트워크연구개발단장이 KT융합기술원에 마련된 공공안전망 기술검증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KT 제공
KT는 3월 초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KT융합기술원에 '공공안전망 기술검증센터'를 열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PS-LTE·LTE-M(해상 LTE)·LTE-R(철도 LTE) 3개 망을 연동하는 재난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150억원 이상을 투입해 만든 KT의 기술검증센터는 한국에 구축될 실제 재난망 환경을 구현한 곳이다.

김영식 KT 네트워크연구개발단장은 "기술검증센터는 700㎒ 주파수 대역 기반으로 PS-LTE·LTE-M·LTE-R 3개 통신이 연동되는 테스트 공간이다"며 "재난망 관련 장비·단말기를 제조하는 20여개 중소기업과 삼성 등 협력 업체가 기술검증센터를 방문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7개월간 재난망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냈으며, 2017년 강원·충청권 대상으로 1단계 확장 사업을 진행한다.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인데, 국민안전처는 1단계 확장 사업의 결과물을 올림픽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재난망 사업에 관심이 있는 해외 사업자에게 한국의 기술을 소개함으로써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울 예정이다.

공공안전망 기술검증센터에 마련된 통신장비 모습. / KT 제공
공공안전망 기술검증센터에 마련된 통신장비 모습. / KT 제공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획재정부의 요청에 따라 재난망 사업 예산을 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결과보고서를 제출한다. 보고서를 받은 기획재정부는 예산을 최종 확정한 후 사업자 모집에 나선다.

하지만 재난망 사업을 준비 중인 업계는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됐다는 반응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재난망을 선보이려면 정부의 본사업자 선정, 본사업자 선정 업체의 장비·단말기 발주, 망구축 후 테스트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PS-LTE 통신망 구축을 위한 장비·단말기의 발주·설치·운용 등을 하는데 최소 6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사업자 선정이 지연될 경우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재난망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박평수 KT 무선액세스망기술지원담당은 "세계이동통신표준협회(3GPP)는 이미 PS-LTE 기반 재난망 표준을 발표했기 때문에, 글로벌 사업자 누구나 재난망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PS-LTE·LTE-M·LTE-R 등 3개 통신망을 세계 최초로 연동하는 테스트 베드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단장은 "재난망은 IoT 구명조끼처럼 협대역-사물인터넷(NB-IoT) 기술 기반 다양한 솔루션을 연동시킬 수 있는 통신 방식이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이 재난망의 테스트 배드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