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HEV)의 장점을 더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가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전기차보다 턱없이 적은 보조금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PHEV는 EV처럼 외부 충전이 가능하면서 HEV처럼 내연기관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연료 효율성이 높다. 아직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짧은 EV의 단점을 보완해 친환경차 시장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도요타가 올해 4월 출시한 PHEV 모델 프리우스 프라임. / 정치연 기자
도요타가 올해 4월 출시한 PHEV 모델 프리우스 프라임. / 정치연 기자
◆ 추락하는 PHEV 판매…신차 공세에도 소비자 외면 계속

지난해까지 한국에 시판된 PHEV 모델은 현대차 쏘나타 PHEV, 기아차 K5 PHEV, 한국GM 볼트(Volt) PHEV 3종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PHEV 신차들이 줄줄이 출시되면서 시장 규모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신차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현대차가 올해 2월 출시한 아이오닉의 PHEV 버전 '아이오닉 플러그인'은 출시 첫 달인 2월 15대, 3월 3대, 4월 37대 등 올해 들어 55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도요타가 4월 11일 한국 시장에 처음 내놓은 PHEV 모델 '프리우스 프라임' 역시 4월 한 달간 17대가 팔리며 신차효과를 무색하게 했다.

기존에 시판됐던 쏘나타 PHEV와 K5 PHEV의 판매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쏘나타 PHEV는 올해 들어 4월까지 19대가 팔렸고, K5 PHEV는 단 3대가 판매되며 시장에서 존재감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현대차가 올해 2월 출시한 아이오닉 플러그인. / 정치연 기자
현대차가 올해 2월 출시한 아이오닉 플러그인. / 정치연 기자
◆ EV에 최대 2600만원 지원…PHEV는 500만원 불과

업계는 최근 출시된 PHEV 모델들이 우수한 연료 효율성을 갖췄지만, 전기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고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출시된 아이오닉 플러그인과 프리우스 프라임의 경우 엔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EV 모드로만 최대 40km를 달릴 수 있다. 아이오닉 플러그인은 1회 충전·주유 시 9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다. 정부는 PHEV 모델에 500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한다. EV의 구매 보조금이 최대 2600만원(정부 지원금 1400만원+지자체별 최대 1200만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용량을 기준으로 보조금 지원하는 미국의 사례처럼 한국도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지원 체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은 주행성능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의 기준을 바탕으로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배터리 용량을 기준으로 EV와 PHEV에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준다. 배터리 용량이 5㎾h 이상일 경우 2500달러(약 270만원)를 지원하고, 1㎾h가 늘어날 때마다 417달러(약 46만원)씩을 추가로 제공한다. 최대 한도는 7500달러(약 830만원) 수준이다.

지자체별 보조금도 추가로 지급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EV와 PHEV 구매자를 대상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4000~2만1000달러(약 440만~2340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한다. 혜택을 모두 적용하면 EV와 PHEV 구매자는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 최대 2만8500달러(약 3180만원)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김종권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최근 출시되는 PHEV 모델은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구매 보조금과 같은 세제 혜택을 미국처럼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