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싼 가격에 혹해 해외 직구로 삼성전자·LG전자의 제품을 사용하다 고장이 날 경우, 사후관리(AS)를 맡겼다가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회사원 김동현(32)씨는 최근 해외 쇼핑몰을 통해 LG전자 노트북을 구매했다.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가격이 20만원쯤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품을 구매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제품 작동에 문제가 생겨 제조사 측에 AS를 문의했다. 김씨는 당연히 무상 AS를 예상했지만 해외 제품은 해당 국가에서 수리를 할 때만 무상이라는 말과 함께 한국에서 수리하려면 37만원의 수리비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김씨는 고액의 비용을 들여 노트북을 수리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로고. / 각사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 로고. / 각사 제공
보통 글로벌 제조사는 해외 어디에서 제품을 구입하든 관계없이 사후관리(AS)를 받을 수 있는 '월드 워런티' 제도를 운용 중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구입한 제품을 한국에서 사용하다 고장 났을 때 가까운 AS센터에서 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전제품은 월드 워런티 제도의 대상이 아니므로 해외 직구(직접구매) 이용 시 주의해야 한다. 자칫하면 요금 폭탄 수준의 AS 비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에서 출시한 가전제품은 월드 워런티 대상이 아니다.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노트북만 1년간 무상 AS를 제공하는 제품군에 속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월드 워런티가 적용되는 제품은 노트북 하나다"라며 "TV를 포함한 다른 가전제품은 제품을 판매한 국가에서만 무상 AS를 제공한다"라고 밝혔다.

해외 직구로 제품을 구입하면 배송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떤 제품을 구입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TV 제품의 경우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30만~40만원까지 가격 차가 난다.

해외 직구 방식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6년 해외 직구 수입액은 16억3000만달러(약 1조8422억원)로 전년 대비 7% 늘었다. 같은 기간 해외직구 건수는 10% 늘어난 1739만5000건을 기록했다.

해외 직구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창. / 해외 직구 사이트 갈무리
해외 직구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창. / 해외 직구 사이트 갈무리
직구 이용 시 유의할 점은 AS 문제다. 직구로 구입한 가전제품은 월드 워런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김씨의 경우처럼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유상수리 이외 방법이 없다. 제품을 구입할 때 초기 비용은 저렴하지만, 제품을 판매한 국가의 수리점을 방문하지 않는 한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직구가 이전보다 활성화됐지만, AS는 대부분 유상이므로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국내 소비자를 위해 월드 워런티 적용 제품군을 TV·태블릿 등 제품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