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수수료 수익이 너무 높다는 정치권의 지적이 제기됐다. 수수료 수익은 다른 영업이익 항목에 비해 수익을 챙기기 쉬워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수익 챙기기를 견제하기 위해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10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보험·카드사 수수료 수익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은행·보험·카드사의 2013년 이후 수수료 수익은 65조930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정부가 3차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 40조원의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책·시중·지방은행들의 수수료 수익은 27조17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이 금감원에 신고한 수수료 항목은 송금, 추심, 방카슈랑스·수익증권 판매, 대여금고, 대출 조기상환, 자동화기기(ATM), 자산유동화, 외환 등 20여 가지다.

은행들은 그동안 매년 6조40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올해 1분기에는 1조6987억원으로,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6조7948억원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은행들은 사상 최대 수수료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일반인이 자주 이용하는 송금·ATM 수수료는 2011년 인하됐지만, 이후 면제·인하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방식으로 은행 수익이 늘었다.

KEB하나은행은 2015년 130억원이던 송금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172억원으로 32%쯤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5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98억원이던 하나은행의 ATM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178억원으로 82%쯤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3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는 가맹점 결제, 보험사는 가계대출 중도상환이 주요 수수료 수익원이다. 카드사들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2013년 8조5152억원에서 2016년 10조7346억원으로 증가했다. 4년간 거둔 수수료 수익은 38조5104억원이다.

체크카드는 NH농협카드와 비씨카드의 수익 증가가 가장 컸다. 2013년 대비 지난해 NH농협카드는 3830억원, 비씨카드는 2786억원의 수익 증가를 기록했다. 전업 카드사 중에서는 삼성카드가 2322억원이 늘어 수익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업계 1위 신한카드도 같은 기간 1736억원의 수수료 수익이 늘었다.

보험사 중도상환 수수료 수익도 2013년 492억원에서 지난해 59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수수료 수익은 236억원으로 집계돼 4년간 2446억원을 벌었다. 삼성생명 중도상환 수수료 수익은 2013년 114억원에서 지난해 150억원으로 늘었다. 삼성화재도 같은 기간 66억원에서 92억원으로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다.

금융회사들이 이처럼 수수료 수익을 늘린 것은 저금리로 이자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 또한 수수료를 시장 경쟁에만 맡겼던 정부 정책도 주효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적극적인 가격 개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카드사 가맹점수수료와 보험사 실손 의료보험료 인하를 공약하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들 대선 공약 실현 방안을 모색 중이다.

수수료 수익은 다른 영업이익 항목에 비해 비교적 손쉬운 사실상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용진 의원은 "그간 금융사들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여전히 금융사들은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며 고객으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이 높은 만큼 보험·카드뿐만 아니라 은행도 수수료 체계가 합리적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용진 의원은 인사청문회에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에게 은행‧보험‧카드‧증권 수수료 체계 개편에 대한 입장을 서면질의로 해 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