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대한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학습하는 머신러닝기술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여 산업 자동화, 서비스 자동화, 자율운전차, 로봇 등에 이용되어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퀴즈쇼와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앞질렀다. 최근에는 의료진단, 판결, 투자 결정 등에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문제가 잘 정의되고 유사한 업무가 반복되어 막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는 분야는 인공지능이 쉽게 적용될 수 있다. 인공지능기술과 연산능력이 발전함에 따라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는 문제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 데이터를 축적하고 머신러닝 알고리즘 적용 기법을 개선하여 학습 가능한 유사성 및 패턴의 범위를 확대하여 인공지능 적용의 범용성을 증대하고 있다.

리차드 서스킨드는 최신 저서 '전문직의 미래'에서 의사, 판검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교수 및 교사, 언론 및 기자, 컨설턴트, 건축사, 종교인 등의 전문직도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 업무가 복잡하고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것 같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비교적 단순하고 유사한 반복적 업무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판검사, 변호사 업무 중의 상당 부분은 유사 사건, 판례, 관련 법률을 검색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이 가장 많이 드는 부분이지만 인공지능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할 수 있다. 변론 및 판결 등은 상당 기간 사람이 직접 하겠지만, 법률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조언을 받거나 검증을 받게 될 것이다.

대부분 엔지니어나 SW 엔지니어의 업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창안하여 설계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유사한 패턴의 설계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설계 내용을 구조화하여 축적하여 데이터화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복잡한 고가 설비의 운영, 이상 탐지 및 진단, 수리 업무도 대부분 반복적이라 설비 및 센서로부터의 데이터를 축적하면 머신러닝 방법으로 대체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CBM(Condition-Based Maintenance)이 이미 새로운 사업,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GE는 항공기 또는 발전기용 터빈을 제작, 판매하고 센서로부터의 데이터를 원격에서 모니터링하여 이상을 사전 탐지하여 해당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해준다.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 업무를 머신러닝 등의 방법으로 대체한 것이다. 종래의 주기적인 부품교체에 비해 신뢰성을 크게 높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유사한 CBM 서비스가 다른 산업부문에도 퍼지고 있다.

전문직 업무도 단순 반복적 단위업무로 분해하고 각 단위업무를 표준화, 패턴화하여 데이터를 축적하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대량생산'을 이룰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여 자동화할 수 있는 문제의 폭이 대폭 넓어지는 것이다. 제조산업뿐 아니라 서비스산업에서는 오래전부터 자동화를 확대해왔다. 특히 서비스업종 중에서도 은행, 보험, 호텔, 항공사, 철도처럼 고객과의 상호작용은 상대적으로 적고 설비나 시설의 이용 비중이 높은 '공장형' 서비스산업에서는 고객과 서비스담당자가 직접 대면하여 처리하는 프런트오피스 업무만 남기고 나머지 업무는 분리하여 백오피스로 집중하고 표준화하여 컴퓨터, 장비 등을 이용하여 자동화하여 대량 처리하는 방식이 널리 퍼져 왔다.

예를 들면 은행 지점에서 대출신청을 받지만, 신청 정보를 본사 컴퓨터시스템으로 전송하여 과거 경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이 신용위험을 판단하여 대출 결정을 하여 지점으로 통보해준다. 과거에 지점에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본사의 컴퓨터로 대체된 것이다. 인터넷 및 통신 기술, 컴퓨터 및 알고리즘 기술이 발전하면서 혁신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분할 및 집중화 방식의 대량 자동화 서비스 방식이 전문직 업무에도 점차 퍼질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분리하고 집중하여 자동으로 처리하는 업무가 점차 확대될 것이다. 특히 자연어처리를 포함한 사람과의 지능적 인터페이스 기술이 발전하면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프런트오피스 업무마저도 상당 부분 기계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이미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비교적 간단한 업무는 현금인출기, 공항 자동 체크인 시스템 등과 같이 자동화되었다. 전문직의 프런트오피스 업무도 점차 축소될 것이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온라인 쇼핑몰처럼 백오피스뿐 아니라 프런트오피스 업무까지도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미 WebMD는 증상별 처치법을 자세히 안내하고 IBM의 Watson Health는 많은 병원에 온라인 진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보훈부는 원격의료청을 두어 제대 군인들을 원격 진료하고 있다. 법률 분야에서도 EU의 온라인 분쟁 해결 서비스 및 전자판결, Cybersettle의 협상, Kira의 계약 등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교육 분야도 이미 Coursera, edX, FutureLearn 등의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가 다수 등장하여 일류 대학의 고품질 강의를 무상으로 수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유명 출판사들은 교과서만 팔지 않고 동영상 강의, 연습문제 등의 학습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조만간 인공지능 튜터링 기술이 접목되어 과외 교사처럼 학생 학습 과정을 친절하게 도와줄 것이다. 강의가 더이상 대학의 독점적 사업이 아니게 되었다. 이미 음악, 영화 등의 산업에서 온라인 디지털 서비스로 관련 산업계가 전면 재편되었듯이 온라인 서비스에 인공지능이 결합하면서 전문직 비즈니스 생태계도 재편되고 있다.

전문직 서비스가 디지털화, 온라인화, 자동화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지고 비용도 저렴해진다. 온라인 디지털 서비스의 특성으로 한계비용이 거의 없으므로 많은 수의 고객에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전문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무상으로 공개하고 공유하게 된다. 오랫동안 규제, 자격시험, 면허제, 정원 제한, 고객 피해 우려 등으로 진입장벽을 마련하고 고액의 요금을 청구하던 전문직 서비스가 점차 개방되고 공유화될 것이다.

전문직 분야에서는 제도를 조금만 바꾸려면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극렬한 논쟁과 저항에 부닥쳤다. 제 3자가 보기에는 밥그릇 싸움으로 보인다. 아무리 방어하고 저항하려고 해도 큰 변혁의 물결을 언제까지 거슬러 버티기는 힘들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왜 전문직을 인정하고 특권을 주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아야 한다. 기술혁신 때문에 전문직에 대한 근본 개념이 바뀌게 될 것이다. 정부, 전문직 종사자, 전문직 지망자들이 긴 안목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우리만 저항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해외 인터넷 서비스는 국경을 넘어 우리 안방, 우리 손바닥까지 무차별적으로 진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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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억 교수는 KAIST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 교육원장이며 대한산업공학회 회장입니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 신성장동력기획단 위원, KAIST 정보시스템연구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자동화, 정보기술 응용, 산업지능 분야 전문가이며, 일방전달방식강의에서 탈피하는 수업방식 혁신을 통한 교육혁신, 교육의 기회 균등 실현을 위한 온라인대중공개강좌(MOOC) 확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KAIST, 오하이오 주립 대학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