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세대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전기차)를 선보이고, 친환경 라인업 확충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수소전기차는 현재의 전기차 이상으로 대중화가 쉽지 않다. 전기차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인프라 확충 조건이 수소전기차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서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체제를 구축,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울산광역시와 수소 택시를 도입하고, 광주에서는 수소 전기차 카셰어링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가 미래 먹거리로 '수소'에 집중하는 이유는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수소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증가해서다. 수소는 계절과 날씨에 제한을 받는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와 다르게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고, 수소에너지를 이용한 전기자동차(수소전기차)는 배출가스가 없어 '궁극의 친환경'으로 불린다. 또 초미세먼지를 거를 수 있는 고성능필터를 탑재, 운행 시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효과를 낸다. 실제 수소전기차 1대가 연간 1만5000㎞를 주행할 때 성인 2명이 1년 간 마시는 공기가 정화된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에는 '차세대 수소전기차'의 이름과 주요 신기술을 공개,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인 일본에 우위를 점하겠다는 심산이다. 또 고속도로 수백㎞를 달리는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기술도 시연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럴싸한 청사진과는 다르게 수소전기차를 둘러싼 환경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보통 친환경차 보급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제조사의 친환경차 기술 및 가격 경쟁력, 소비자 등이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불균형이 심각해서다.

특히 정부는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 1만대 보급을 목표로 세웠지만 전국 수소충전소는 현재 10곳 미만이다. 전국 1000기가 넘는 전기차 충전소도 인프라에 대한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는 마당에 수소충전소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게다가 일반 주유소에 비해 건립비용이 30배나 비싸다.

일본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2013년 '수소사회 로드맵'를 발표하고, 2030년까지 충전소 900기 확보, 수소차 80만대 보급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에 발맞춰 도요타는 2014년 수소전기차 미라이를 선보이고, 2020년 2세대 미라이와 더불어 3만대의 수소전기차 판매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의 목표보다 3배 많다.

세계 최대의 수소전기차 시장으로의 부상을 예고하고 있는 중국 역시 2016년 말 베이징에서 국제연료전지 포럼을 개최하고, 2020년 수소전기차 5000대, 2030년 100만대 보급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충전소는 2020년 100기, 2030년 1000기를 갖출 예정이다.

세금 투입이 필연적인 친환경차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약점이 크다. 정부로서는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과 더불어 세금으로 보조금까지 줘야 한다. 내연기관차 한 대는 세수가 발생하지만, 친환경차는 세수는 커녕 세출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배경이다.

그런데 보조금이 없다면 소비자는 굳이 친환경차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 대다수의 인식은 환경에 대한 기여보다 지갑에서 기름값이 얼마만큼 빠져나가느냐가 더 중요해서다. 전기차가 초기에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도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전기가 휘발유, 경유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서 보조금을 받아도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다소 비싼 전기차를 기꺼이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제조 단가를 낮춰야만 친환경차에 대한 경쟁력이 발생하는데, 자동차 제조사는 난색을 표한다. 제조 산업에서 제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일뿐으로, 이른바 '박리다매' 방식이다. 그러나 현재의 친환경차, 나아가 수소전기차는 판매 가격이 높아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줄 시장과 소비자가 생기지 않고, 보조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다시 맨 앞으로 돌아와 정부는 수소전기차 보급에 무작정 세원을 투입할 수 없다. 따라서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고, 소비자는 수소전기차를 구입하지 않으며, 규모가 작아 자동차 회사 역시 판매 가격을 내릴 수가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좀처럼 끊어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결국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대중화 선언은 바로 눈앞에 미래 친환경차 시대가 열렸다기보다는 앞선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측면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어떻게 보면 글로벌 친환경차 기술 경쟁에서 영리하게 대처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 자동차 회사가 부럽기도 하다. 우리 정부와 자동차 회사들은 발을 맞추는 것처럼 보여도, 또 어느 순간에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 부디 치밀하고 견고한 정책과 기술 개발이 이뤄지기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