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를 둔 윤모(43)씨는 2017년 초 아이 입학에 맞춰 키즈폰을 구입했다. 가족이 사용하는 통신사에 맞추느라 SK텔레콤 T키즈폰 준3를 선택했다. 하지만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아이가 당연히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아이 위치가 학교와 5Km쯤 떨어진 동사무소로 나왔기 때문이다. 고장도 자주 났다. 그는 6개월 간 기계를 네 번이나 바꿨다. 그때마다 설정을 다시 하고 주소록을 다시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거쳐야 해 분통이 터졌다.

# KT 오랜 고객인 직장인 이모(41)씨는 KT 라인키즈폰을 큰 고민 없이 2017년 초 구매했다. 이 제품은 사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말썽을 일으켰다. 충전 크래들과 단말기 간 접촉 불량으로 충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 충전기 크래들에 기기를 올려두자 키즈폰이 뜨거워지더니 재부팅을 했다. 벽돌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기기이기 때문에 억지로 사용을 했지만 이 역시도 문제였다. 아이가 손목이 뜨겁다고 울상이었다. 전원을 껐지만 제품 스스로 전원이 켜지기도 했다.

왼쪽부터 KT 라인키즈폰, SK텔레콤 T키즈폰 준2, LG유플러스 쥬니버토키. / 이통3사 제공
왼쪽부터 KT 라인키즈폰, SK텔레콤 T키즈폰 준2, LG유플러스 쥬니버토키. / 이통3사 제공
키즈폰에 대한 고객 불만이 상당하다. 쉽게 고장 나는 제품 내구성 문제와 함께 GPS 오류, 불편한 AS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키즈폰을 살 게 아니라 저렴한 폴더폰을 사는 게 더 낫다는 소비자 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키즈폰은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 등이 이용하는 시계형 웨어러블 제품이다. SK텔레콤은 쿠키즈워치 준 시리즈, KT는 라인키즈폰 시리즈, LG유플러스는 쥬니버토키를 판매 중이다.

29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상반기 47만대쯤의 키즈폰을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80%쯤을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KT는 8만대, LG유플러스는 4만대쯤을 팔았다. 키즈폰 판매가 꾸준히 인기를 얻는 이유는 손목시계 형태로 돼 있어 유용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에게 일반 폰을 사주기는 부담스럽고 아이의 특성상 잘 잃어버릴 수 있다.

◆ 고객 불만 폭주 "차라리 피처폰 사줄걸…"

키즈폰 인기가 좋지만 소비자 불만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 대표적인 불만 사례는 GPS 오류로 인한 위치추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키즈폰을 사주는 가장 큰 이유는 길을 잃어버리거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GPS 위치 추적 기능을 이용해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한 것이다. 앞서 윤씨의 사례와 같이 아이가 엉뚱한 곳에 있는 것으로 나오거나 GPS 신호를 아예 잡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대부분 LTE 통신 방식을 지원하지만, 키즈폰은 구 통신망인 3G 통신망을 이용한다. 이로 인해 통화가 잘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G 통신망은 상용망인 것은 맞지만, 이통3사가 LTE나 5G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3G·와이브로 관련 유지 보수에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키즈폰에 LTE 망을 사용할 경우, 데이터 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며 "3G망을 사용하는 것은 키즈폰에서 사용하는 데이터량 자체가 LTE 급까지 필요하지 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잦은 고장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중 하나다. 특히, 충전기나 충전 크래들 고장을 호소하는 부모가 많다. SK텔레콤 준3의 경우 충전기 포고핀이 쉽게 휘어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로 인해 충전이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배터리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록된 불만 중 빠르게 방전되는 배터리 문제로 골치를 앓는다는 글이 자주 눈에 띈다. 일부 제품에서는 과충전 시 배터리가 오히려 방전된다는 지적이 있다. KT가 판매한 키즈폰 '라인키즈폰'의 경우 기준치를 초과한 니켈이 검출돼 리콜 조처되는 사례가 있었다.

◆ 내구성 현저히 떨어지는데…AS 받기도 힘들어

내구성 문제도 자주 거론되는 문제다. 아이가 사용하는 제품이니만큼 내구성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고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튼튼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일부 소비자는 키즈폰을 물에 넣은 적이 없지만 '침수로 인한 파손 판정'을 받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소비자는 땀에 의한 침수로 의심을 하지만 제조사는 부모가 아이의 모든 행동반경을 모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침수·파손의 경우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S 문제도 자주 거론된다. 기기 판매는 이통사가 하지만, 제품 수리는 이통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여기에 부족한 AS망도 불만의 주된 이유다.

SK텔레콤은 전국에 단 한 곳의 키즈폰 AS센터를 운영 중이다. KT의 경우 고객센터에서 AS 접수가 불가능하며, 핀플레이라는 유통업체가 AS를 담당한다. 그나마 동부대우전자서비스를 이용해 방문 수리를 할 수 있지만, 니켈이 검출된 폰 교체 소식에 소비자 교환·환불이 이어지며 AS를 받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제조사와 AS, 판매자가 각기 달라 소비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키즈폰을 단종조치했는데, 일각에서는 AS로 인한 소비자 외면이 주된 이유가 아니냐고 지적한다.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쥬니버토키가 단종된 것은 맞다"며 "하반기 키즈폰 제조사와 유통망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새로운 키즈폰을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