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 제품 설명서에 '번인(Burn-in)' 가능성이 있다고 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번인 현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QLED TV는 이런 현상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번인 현상은 TV나 모니터에 같은 화면을 장시간 켜둘 경우, 해당 부분의 색상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거나 잔상이 남아있는 현상을 말한다.

삼성전자가 올해 1월 3일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QLED TV(오른쪽) 신제품을 발표하며 OLED TV와 비교 시연을 하고 있다. / 유진상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1월 3일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QLED TV(오른쪽) 신제품을 발표하며 OLED TV와 비교 시연을 하고 있다. / 유진상 기자
삼성전자 QLED TV 'Q7F' 제품의 사용자 한글 설명서를 보면, 소비자에게 번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사용시 주의하라는 당부가 담겨있다.

한글 설명서 66페이지에는 '오랜 시간 정지 화면 시청 시, 액정 특성에 의해 화면 잔상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서 사용하라'는 안내가 있다. 영화 및 증권 자막, 비디오 게임, 방송국 로고, 컴퓨터 화면, 4:3 화면 크기로 TV를 시청할 경우를 예로 들었다.

'2시간 동안 정지된 영상이 지속되면 화면 보호 기능이 동작해 화면에 잔상이 남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조언도 첨부했다.

삼성전자 QLED TV Q7F 사용자 설명서
삼성전자 QLED TV Q7F 사용자 설명서
 
삼성전자 QLED TV Q7F 사용자 설명서
삼성전자 QLED TV Q7F 사용자 설명서
특히 60페이지에는 4:3 화면 시청으로 잔상이 발생할 경우 보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설명서는 '4:3 화면 크기로 너무 오래 시청하지 마세요. 화면의 상, 하, 좌, 우에 표시되는 경계선 흔적 때문에 잔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보증되지 않습니다'라고 소비자에게 사용상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삼성전자 영국 홈페이지 내 QLED TV의 '번인 10년 무상 보증'을 받기 위한 조건 설명서에도 서비스 받을 수 있는 환경의 제약 조건을 명시하며 번인 발생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설명서에는 '구매한 지 90일 이내 등록해야 보증을 받을 수 있다'며 AS 기간을 한정했고, '상업적인 사용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또 'TV 화면에 고정된 방송사 로고, 뉴스 등 방송 화면의 하단 자막 등으로 발생한 번인'은 10년 무상 보증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총 9가지에 달하는 무상 보증 제외 조건을 명시하며 서비스가 가능한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해 놨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 QLED TV는 번인 현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TV의 번인 현상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번인 이슈로 LG전자를 공격했지만, 정작 QLED TV도 번인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면서 "깎아 내리기 위한 비교 마케팅은 서로에게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9월말 'QLED와 OLED의 12시간 화면 잔상 테스트'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는 LG전자의 OLED55B7K TV와 삼성전자의 QN55Q7F TV가 나오며, 삼성전자는 12시간 동안 게임을 한 뒤 화면을 비교하며 'LG전자 TV에 잔상이 남았지만 삼성전자 제품에는 없다'는 메시지를 게재했다.

또 24일 삼성 뉴스룸에서 '알아두면 쓸모있는 TV 상식, 번인 현상 왜 생기는 걸까' 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 QLED와 OLED 패널에서 화면을 꺼도 잔상이 남는 번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TV 설명서와 관련해 "비정상적이거나 상업적 용도 등 특수한 시청 환경을 고려해 넣은 조건이다"라며 "실제 QLED 일반 사용자에게는 해당 (번인 현상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