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에서의 자율주행차 테스트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완성도에 있어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 우버, 웨이모 같은 회사는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는 방법을 오랫동안 논의하면서 동시에 동일 환경의 가상현실(VR)을 구축, 자율주행차를 실험했다. 이들은 개발하려고 한 자율주행차와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갖춘 가상 자동차를 VR 속에서 수천시간 운행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기계학습을 통해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웨이모의 VR 자율주행 테스트. / 뉴욕타임즈 갈무리
웨이모의 VR 자율주행 테스트. / 뉴욕타임즈 갈무리
VR 속 자동차는 현실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 오류로 인한 어떤 현실의 위험이 없다는 게 뉴욕타임즈의 설명이다. 만약 VR 자동차가 실수로 사고를 냈다면 엔지니어는 그 부분을 관장하는 소프트웨어만을 재조정, 새로운 행동규칙을 만드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다진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VR 시뮬레이터를 통해 새로운 행동을 배우고, 인간 공학자가 제시한 소프트웨어 코드를 사용해 더 빨리 기술을 습득한다.

길 프랫 도요타 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현실 속 자율주행차 개발은 이른바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빠른 시간 안에 숙성 시킬 수 있다"며 "10년전 구글이 처음으로 자율주행차를 설계했을 때 엔지니어는 작은 동작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프로그램했지만 최근 컴퓨팅 능력의 향상으로 자율주행차는 VR 도로에서 보행자를 식별하거나 미래 이벤트(사고)를 예측하는 등 자율주행 작업을 스스로 배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연구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게 뉴욕타임즈의 지적이다. VR 자율주행차 알고리즘은 행동을 감시하거나, 시스템이 내린 결정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학습은 자율주행차의 발전에 필수적이다. 카메라, 레이더, 센서 등이 모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인간이 직접 처리하기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웨이모가 발표한 '카크래프트' 도로 시뮬레이터는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규모의 테스트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시뮬레이터를 활용하면 실제 도로보다 더 많은 주행을 시스템이 경험할 수 있다. VR 시뮬레이터는 물리적인 현실세계와 굉장히 유사하다. 게다가 연구원은 VR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다.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시간과 돈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데이터 오류로 인한 실수도 없다. 자율주행이 사고가 나도 어차피 가상 현실이기 때문에 실제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VR 자율주행은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는 더 복잡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연구는 집중적인 시행착오를 통해 시스템의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바둑이나 스타크래프트에서 성과를 얻은 인공지능이 다음 세대의 자율주행 기술을 위해 시스템을 다듬고 있다.

한편, 뉴욕타임즈는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의 격차를 해소하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예기치 못한 행동이나 유해 행동을 배우지 않도록 늘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학습은 윤리적 문제를 남긴다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