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상·음악 등 대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보편화되며 '차세대 메모리카드'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8K 고해상도 혹은 360도 가상현실 영상 콘텐츠, 원래 소리를 재현하는 비압축 고음질 음악 파일 등은 용량이 수GB 가량으로 큽니다. 넉넉한 저장 공간,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갖춘 차세대 메모리카드가 있어야 이 데이터를 원활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대용량·고속 전송속도 갖춘 차세대 메모리카드. / 각 제조사 제공
대용량·고속 전송속도 갖춘 차세대 메모리카드. / 각 제조사 제공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메모리카드는 '마이크로 SD 메모리'입니다. 크기가 작아 다양한 IT 기기에 넣을 수 있고 가격대비 성능(용량과 전송 속도)도 우수한 덕분입니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미 용량과 속도 면에서 마이크로 SD 메모리를 뛰어넘는 차세대 메모리카드 개발 경쟁에 나섰습니다. 시제품은 물론 개발 로드맵도 상당 부분 공개됐습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메모리카드, 이어 이들을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카드의 종류와 개발 현황, 성능을 살펴보겠습니다.

HDD(Hard Disk Drive)와 SSD(Solid State Drive) 등 PC 저장장치를 다룬 지난 코너에서 '용량'과 '전송 속도'를 언급한 바 있는데, 이 요소는 차세대 메모리카드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합니다. 마이크로 SD 메모리를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카드는 수백GB 용량에 수십~수백MB/s 전송 속도를 갖췄습니다.

현재 메모리카드 부문 대세인 '마이크로 SD 메모리'는 그 자체로 차세대 메모리카드로 꼽힙니다. 마이크로 SD 메모리에 어댑터를 씌우면 SD 메모리로 쓸 수 있으므로, 마이크로 SD 메모리를 예로 설명하겠습니다. 마이크로 SD 메모리는 손톱 크기로 작지만, 이론상 최대 2TB(2048GB) 용량을 집적할 수 있습니다.

UHS-II SD 메모리. / 샌디스크 제공
UHS-II SD 메모리. / 샌디스크 제공
마이크로 SD 메모리의 전송 속도는 '규격'에 따라 다릅니다. 규격은 'UHS(Ultra High Speed)-I'과 'UHS-II'로 나뉘는데, UHS-II의 성능이 앞섭니다. UHS-I 규격 마이크로 SD 메모리는 이론상 100MB/s를, UHS-II 규격 마이크로 SD 메모리는 이론상 312MB/s를 지원합니다.

UHS-I·II간 크기 차이는 없고 호환도 가능하지만, 성능은 하위 호환으로 작동합니다. 즉, UHS-I 기기에 UHS-II 마이크로 SD 메모리를 사용하면, UHS-II 기기에 UHS-I 마이크로 SD 메모리를 장착하면 UHS-I 속도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 SD 메모리의 전송 속도에는 기준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스피드 클래스'가 주로 쓰였는데, 1초에 최소 몇MB 용량을 다루는지 말하는 기준입니다. 스피드 클래스 10이라면 최소 10MB/s 전송 속도를 보증하는 식입니다. 이 기준은 원 안 숫자로 나타납니다. 'UHS 스피드 클래스'도 비슷한 개념입니다. 이 기준은 U1, U3 등으로 표기되는데, 각각 최소 전송 속도 10MB/s, 30MB/s를 보증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이크로 SD 메모리의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콘텐츠 용량이 커지면서 새로운 전송 속도 기준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비디오 스피드 클래스'입니다. V 숫자로 표기됩니다. 이 역시 최소 전송 속도를 나타내는데, 30MB/s가 고작이었던 스피드 클래스·UHS 스피드 클래스와 달리 V60(최소 60MB/s), V90(최소 90MB/s)도 지원합니다. 이들 전송 속도 표기는 마이크로 SD 메모리 표면에 기록되므로 쉽게 보고 판별할 수 있습니다. 되도록 고속 전송 속도 표기가 새겨진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삼성전자 UFS 메모리 카드.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UFS 메모리 카드. / 삼성전자 제공
일반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이크로 SD 메모리처럼 고성능에 소형 메모리카드로 'UFS(Universal Flash Storage)'도 있습니다. 원래 이 제품은 임베디드(고정형) 메모리로 기획됐으나, 데이터 전송 속도가 500MB/s를 넘을 정도로 빠르고 용량도 커 차세대 메모리로도 주목 받고 있습니다. 외관은 마이크로 SD 메모리와 닮았지만, 단자 모양이 완전히 달라 호환성은 없습니다. 이 메모리카드 단자를 탑재한 IT 기기도 현재는 없습니다.

SD 메모리와 쌍벽을 이루던 'CF 메모리'의 후계 제품도 차세대 메모리로 꼽힙니다. 'CFast', 'XQD'가 주인공입니다. 이 두 메모리카드 모두 CF 메모리 개발·보급을 주도한 'CF연합'에서 만들었습니다.

CFast 2.0 메모리카드. / 렉사 홈페이지 갈무리
CFast 2.0 메모리카드. / 렉사 홈페이지 갈무리
'CFast 메모리카드'는 SD 메모리보다 크기가 크지만, 그만큼 용량과 속도 면에서 우수합니다. CFast 2.0 메모리카드 최신 제품은 540MB/s 전송 속도(이론상 최대 600MB/s 가능)에 256GB 용량을 가졌습니다. 고화질 비디오 카메라, 고화소 디지털 카메라 등 대용량 데이터를 신속히 다뤄야 하는 디지털 디바이스들이 CFast 메모리카드 슬롯을 속속 도입하고 있습니다.

XQD의 성능은 오히려 CFast 메모리카드를 능가합니다. XQD 역시 최근 2.0 버전으로 향상됐는데, 이 버전의 최고 전송 속도는 이론상 1GB/s에 달합니다. 하지만, XQD 메모리는 2011년 등장 이후 적용 제품군을 늘리지 못하면서 CFast보다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2017년 현재에도 XQD를 사용하는 IT 기기는 한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CF 연합은 XQD의 다음 버전인 'CFExpress'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CFExpress의 부피는 XQD와 같지만, 두 규격간 호환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용량도 미정입니다. CF 연합은 CFExpress의 전송 속도를 8GB/s로까지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