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최근 윈도10 운영체제의 최신 업데이트인 '가을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Fall Creators Update)'를 선보이며 자체적인 가상현실 플랫폼 '윈도 MR'도 함께 선보였다.

'윈도 MR'이란 최근 다양한 가능성으로 주목받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이들을 모두 합한 혼합현실(MR) 기술과 콘텐츠를 친숙한 윈도 운영체제 안에서 모두 구현하기 위한 MS의 플랫폼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윈도 MR 헤드셋 ‘HMD 오디세이’. / 최용석 기자
삼성전자의 윈도 MR 헤드셋 ‘HMD 오디세이’. / 최용석 기자
윈도 MR 플랫폼과 함께 다수의 제조사에서 윈도 MR 대응 헤드셋 제품들을 함께 선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것이 삼성전자의 윈도 MR 헤드셋 'HMD 오디세이'다.

삼성 HMD 오디세이의 가장 큰 특징은 윈도 MR 플랫폼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하면서도 현재 출시된 제품 중 가장 뛰어난 사양과 기능을 갖춘 제품이라는 것이다.

먼저 화질에 영향을 끼치는 디스플레이부터 다르다. 다른 제품들이 대부분 1440x1440 해상도의 2.8인치 크기 LCD 디스플레이를 2개 탑재한 것과 달리, HMD 오디세이는 1440x1600 해상도의 3.5인치 AMOLED 디스플레이를 2개 탑재해 가상현실을 구현한다.

그로 인해 덩치는 살짝 커졌지만, 좀 더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함으로써 더욱 뛰어난 화질을 제공함은 물론, 기존 VR 헤드셋 화면의 고질적인 액정 격자가 두드러지는 현상(일명 모기장 현상)을 확실히 줄였다.

여기에 OLED 특유의 빠른 반응속도를 바탕으로 잔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은 매끄러운 화면 움직임을 보여준다. 시야각도 현재 출시된 윈도 MR 헤드셋 중 가장 넓은 110도를 구현해 좀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삼성 HMD 오디세이는 윈도 MR 헤드셋 중 유일하게 헤드폰과 마이크가 일체형으로 디자인됐다. / 최용석 기자
삼성 HMD 오디세이는 윈도 MR 헤드셋 중 유일하게 헤드폰과 마이크가 일체형으로 디자인됐다. / 최용석 기자
또한, 타제품에 없는 일체형 헤드폰과 마이크도 갖췄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HARMAN) 산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AKG의 기술이 적용된 일체형 스테레오 헤드폰이 헤드밴드와 일체화되어 제공된다. 사용자의 체형에 맞춰 각도와 기울기, 방향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오디오 전문 브랜드의 기술이 들어간 만큼 헤드셋의 음질은 수준급이며, 착용감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별도의 비싼 헤드폰을 따로 장만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헤드셋 고글부 하단에는 디지털 방식의 헤드셋 볼륨 조절 버튼이 붙어 있어 사용 중에도 음량을 간편하게 조절할 수 있다. 또한, 고글부 밑에 2개의 스테레오 마이크가 내장되어 있어 별도의 마이크가 없어도 가상현실 내에서 음성 채팅을 하거나, 윈도 운영체제의 인공지능 비서 '코타나'를 호출할 수 있다.

머리를 고정하는 헤드밴드는 다이얼로 쉽게 크기를 조절하고 고정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머리를 고정하는 헤드밴드는 다이얼로 쉽게 크기를 조절하고 고정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헤드밴드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헤드셋과 마찬가지로 다이얼을 돌려 크기를 조절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머리에 헤드셋을 얹고 다이얼을 돌려 머리 크기에 쉽게 맞출 수 있어 착용이 간편하다.

일체형 헤드셋과 마이크를 제외하면 기본적인 형태와 구성은 다른 윈도 MR 헤드셋과 비슷하다. 사용자 주변 오브젝트를 인식하기 위한 2개의 카메라 센서가 고글 정면 좌우에 달려있으며, 도넛 모양의 원형 센서가 돋보이는 2개의 전용 콘트롤러가 함께 기본으로 제공된다.

삼성 HMD 오디세이(를 비롯한 윈도 MR 헤드셋)의 설치 방법은 기존의 PC 기반 VR 헤드셋과 비교해 매우 간편하다.

기존의 PC 기반 VR 헤드셋 제품들이 콘트롤러와 헤드셋의 움직임과 방향, 거리 등을 추적(트래킹)하기 위해 별도의 외부 센서를 따로 설치해야 했던 반면, 삼성 HMD 오디세이는 HDMI 영상 케이블과 USB 데이터 케이블만 PC에 연결하면 그걸로 설치가 끝이다.

사용하려는 PC에 윈도10 운영체제가 설치되어 있고 11월 17일 공개된 가을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가 정상적으로 적용됐다면 헤드셋 연결 후 자동으로 '윈도 MR 포털'이 실행되어 즉시 헤드셋을 사용할 수 있다. 이것 역시 물리적인 설치 외에도 별도의 드라이버 및 전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하는 기존 VR 헤드셋과 크게 다른 점이다.

별도의 외부 센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삼성 HMD 오디세이는 헤드셋 및 콘트롤러의 위치와 방향, 각도 등을 정확하게 추적한다.

무엇보다 외부 센서가 없어도 일정 범위 내의 가상현실 공간을 실제 걸어서 이동해 움직일 수 있는 '룸 스케일' 규모의 가상현실을 구현 및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고글 전면 센서 카메라 2개가 주변 지형을 인식하는 데다, 헤드셋 자신의 위치 변화와 이동 거리 등을 스스로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쌍의 전용 콘트롤러는 버튼과 아날로그 스틱, 터치패드 등 다양한 입력 수단을 지원한다. 전원은 2개의 AA 건전지를 사용한다. / 최용석 기자
한 쌍의 전용 콘트롤러는 버튼과 아날로그 스틱, 터치패드 등 다양한 입력 수단을 지원한다. 전원은 2개의 AA 건전지를 사용한다. / 최용석 기자
한 쌍의 전용 콘트롤러는 각각 한 손으로 쥐고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손에 들고 사용할 때 주변 지형지물에 걸리지 않도록 최대한 크기를 줄인 콤팩트한 크기와 가벼운 무게(160g)가 특징이다. 각각의 콘트롤러에는 엄지와 검지로 조작할 수 있는 다수의 버튼과 아날로그 스틱, 소형 터치패널이 제공되어 다양한 형태의 입력과 조작을 지원한다.

전원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교체도 간편한 AA 건전지를 각각 2개씩 사용한다. 한 번 교체하면 연속으로 4~5시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MD 오디세이를 연결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윈도 MR 포털’의 내부 모습. / 최용석 기자
HMD 오디세이를 연결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윈도 MR 포털’의 내부 모습. / 최용석 기자
삼성 HMD 오디세이를 연결하면 실행되는 '윈도 MR 포털'은 각종 윈도 MR용 콘텐츠를 사용하기 위한 플랫폼이자, 그 자체가 하나의 가상현실 앱이다. 사용자는 가상의 집 내부를 이동하면서 각종 인테리어 소품을 원하는 형태와 크기로 배치,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

또한, 각종 윈도용 앱을 가상의 공간상에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웹브라우저나 오피스 프로그램, 멀티미디어 재생 프로그램, 사진 등은 스크린 형태로 벽면에 붙이거나 주위 공간에 창을 열어놓을 수 있다.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높아서인지 웹페이지 및 문서 파일의 텍스트 가독성도 준수한 편이라 모니터 없이 가상현실 속에서 문서 작업도 가능해 보였다.

윈도 MR 대응 가상현실 콘텐츠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윈도 MR 포털' 내에 배치하고 실행할 수 있다. 다만 일반 2D 기반 앱과는 다르게 가상현실 콘텐츠의 경우 해당 콘텐츠 내 가상현실 속으로 이동하는 형태로 실행된다.

윈도 MR에 대응하는 가상현실 콘텐츠는 윈도 스토어를 통해 구할 수 있다. 윈도 MR 대응 콘텐츠 ‘헤일로 리쿠르트’ 실행 모습. / 최용석 기자
윈도 MR에 대응하는 가상현실 콘텐츠는 윈도 스토어를 통해 구할 수 있다. 윈도 MR 대응 콘텐츠 ‘헤일로 리쿠르트’ 실행 모습. / 최용석 기자
윈도 MR에 대응하는 앱은 윈도 스토어를 통해 다운받거나 구매할 수 있다. 팬층이 두터운 '마인크래프트'가 대표적으로, 윈도 MR 환경에서 게임 속에 직접 들어간 가상현실로 즐길 수 있다.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전용 콘텐츠가 윈도 스토어를 통해 제공된다.

삼성 HMD 오디세이를 비롯한 윈도 MR 헤드셋의 장점은 자체 플랫폼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 기반을 둔 '스팀 VR' 콘텐츠까지 지원한다는 것이다. 현재 스팀 VR에 등록된 가상현실 콘텐츠의 수는 1000여종에 달한다. 적어도 콘텐츠가 없어 즐기지 못한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운 편이다. 다만 아직 모든 스팀 VR용 콘텐츠가 100% 완벽하게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 HMD 오디세이를 비롯한 윈도 MR 헤드셋이 가상현실 분야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최용석 기자
삼성 HMD 오디세이를 비롯한 윈도 MR 헤드셋이 가상현실 분야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최용석 기자
약간 아쉬운 점도 있다. 일부 윈도 MR 헤드셋은 착용한 채로 고글만 들어 올릴 수 있어 필요하면 PC나 다른 주변기기를 쓸 수 있게 디자인됐지만, 삼성 HMD 오디세이는 고글이 고정되어 있어 잠시 PC를 쓰려면 매번 헤드셋을 벗고 다시 써야 한다.

또한 좀 더 큰 디스플레이 패널을 채택한 데다, 헤드셋과 마이크 등이 일체형으로 설계된 만큼 헤드셋 크기가 여타 윈도 MR 헤드셋과 비교해 좀 더 큰 편이다. 하지만 헤드셋 무게가 꽤 가벼운 편(645g)이어서 장시간 착용해도 목이나 어깨에 크게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다. 타 제품의 경우 헤드폰과 마이크를 따로 갖춰 사용하는 만큼 일체형 디자인으로 인한 부피 증가도 크게 단점은 되지 못한다.

PC 기반 가상현실 디바이스인 만큼 PC의 하드웨어 성능과 사양도 어느 정도 요구된다. 삼성전자는 HMD 오디세이의 권장 사양으로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50 이상 그래픽카드 ▲인텔 코어 i5 이상 CPU ▲8GB 이상 메모리가 탑재된 윈도10 운영체제 탑재 PC를 권장했다. 좀더 쾌적한 가상현실을 즐기려면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급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PC면 금상첨화다.

그동안 PC 기반 가상현실 기기와 콘텐츠가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훨씬 뛰어난 현실감과 몰입감을 제공하지만 보급이 더딘 가장 큰 이유는 높은 하드웨어 요구사양과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삼성 HMD 오디세이를 비롯한 윈도 MR 헤드셋들은 기존 PC 기반 VR 헤드셋과 비교해 가격이 2분의 1에서 3분의 2 수준에 불과한 데다, 누구나 쉽게 설치 및 사용이 가능해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삼성 HMD 오디세이는 삼성디지털프라자 일부 매장,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하남점 등 전국 주요 40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 및 구매가 가능하며,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홈페이지 기준 79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