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 가치가 2017년에 1500% 이상 치솟자 투기 과열을 우려한 정부는 규제 대책을 내놓았지만, 암호화폐 광풍은 2018년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새해 계획 중 하나로 암호화폐 공부를 꼽았고 국내 대표 IT기업 카카오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2대 주주일 정도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만은 사실이다.

2018년에도 암호화폐 가치가 상승할까? 암호화폐 시장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가 그에 대한 전망을 5일(이하 현지시각) 내놓았다.

◆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기관투자자 늘 것

CNBC는 더 많은 기관투자자가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어 투자 상품을 선보이리라 전망했다. CNBC에 따르면 나스닥은 2017년 12월 출시된 비트코인 선물 외에 대형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와 비트코인 파생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투자자들은 규제기관이 올해 하반기 또는 2019년 초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를 승인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비트코인 이미지 / 코인데스크 제공
비트코인 이미지 / 코인데스크 제공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데스크의 놀란 바우얼레 연구원은 CNBC에 "2018년에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전 세계 제도권 거래소 중 처음으로 2017년 12월 10일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했다.

◆ 비트코인 가격 전망은 엇갈려

비트코인 가격 전망은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암호화폐 규제의 영향으로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비롯한 전 세계의 제도권 금융은 암호화폐 투기 열풍을 경고하고 있다.

4일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과 카라 스테인 위원 등은 성명서를 통해 "대다수 암호화폐공개(ICO) 발행회사와 여타 암호화폐 투자가 연방・주 증권법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투자손실을 회복시켜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1500% 넘게 상승했고 12월 중순 1만9800달러(1044만4800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비트코인 가치는 18%쯤 하락했다. 물론 비트코인 가치가 떨어진 몇 주 동안 비트코인을 제외한 소규모 암호화폐 가치는 최고 수백% 증가하는 등 모든 종류의 암호화폐 가치의 총합은 770억달러(82조589억원)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투기 과열을 우려한 규제기관의 조치가 암호화폐 가치 하락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이 비트코인 거래 규제에 나선 지난해 9월 비트코인 가치는 2000달러(213만1400원)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투자회사 블록타워 캐피탈의 수석 투자 책임자 아리 폴은 2018년 비트코인 가격이 4만달러(4262만8000원) 혹은 3만달러(3197만1000원)를 기록하리라 전망했다.

시장 일부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리라 전망하는 이유는 비트코인 캐시 가치가 상승하면서 비트코인 가격 상승도 이끌 것으로 본다. 비트코인 캐시는 기존의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분리한 또 다른 암호화폐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이를 하드포크라 부른다. 하드포크를 통해 비트코인 캐시, 비트코인 골드, 비트코인 다이아몬드 등 새로운 암호화폐가 생겼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고객서비스센터와 콜센터 모습 / 조선일보DB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고객서비스센터와 콜센터 모습 / 조선일보DB
시장조사기관 캐너코드 제뉴이트는 "2017년보다 2018년에 더 많은 하드포크가 생길 것이다"며 "궁극적으로 하드포크가 비트코인 가치를 일으킬 것이다"고 말했다.

◆ 비트코인이 끌고 알트코인이 따라오고, '닷컴버블' 같다는 우려도

새해 초 비트코인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지만 2018년에도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시장에선 리플・스텔라・트론과 같은 '알트(대체) 코인'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NBC는 "비트코인은 가장 확실한 암호화폐이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자가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할 때 선택을 하곤 한다"며 "비트코인은 엄청난 네트워크 효과가 있어,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면 알트코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면서 주식 투자자가 이득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기업공개(IPO)를 할 경우 투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인베이스는 IPO로 16억달러(1조7046억4000만원)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NBC는 "올해는 암호화폐 관련 회사와 블록체인 회사의 IPO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라며 "규제 당국에 더 나은 인상을 주길 원하는 암호해독 관련 회사가 기존 규제 체계에 맞추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암호화폐 관련 흐름이 1990년대 중후반 닷컴 주가가 폭등했던 닷컴버블과 같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0일(한국시각) 기자단 송년 간담회에서 "최근 전 세계적인 암호화폐 열풍은 금융완화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며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도 일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비이성적 과열'은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996년 당시 닷컴 바람이 불면서 미국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자 이를 경고하기 위해 했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