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전면을 디스플레이로 꽉 채운 '풀 스크린'이 트렌드로 자리 잡음에 따라, 잠금 해제 등 보안 관문으로 보편화한 지문인식 센서 위치에 대한 제조사의 고민이 깊다.

애초 2017년 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기술적 한계로 도입이 미뤄진 디스플레이 내장형 지문인식 방식이 2018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전자 갤럭시S8에서 후면 지문인식 센서를 터치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갤럭시S8에서 후면 지문인식 센서를 터치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 삼성전자 제공
2017년 출시된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제품 전면에 탑재된 디스플레이의 면적 비율이 전체의 80%를 넘어선 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디스플레이를 둘러싼 베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면 버튼까지 없앴다. 각각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와 '풀 비전'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며 디스플레이의 우수성을 치켜 세웠다.

삼성전자의 2018년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은 디스플레이 비중이 90%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작인 갤럭시S8의 경우 디스플레이 비중이 84%였다. 애플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부응했다.

지문인식 센서는 종전 전면 버튼에 주로 내장됐지만 위치에 변화가 생겼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하는 대다수 제조사는 지문인식 센서를 후면 카메라 부근으로 이동시켜 사용자가 엄지 대신 검지로 지문인식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후면 지문인식 센서는 스마트폰을 손으로 쥐었을 때 자연스럽게 검지를 댈 수 있는 위치라는 점에서 편리하다. 반면,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놓았을 때 지문인식 기능을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은 단점이다. 또 지문인식 센서가 주로 후면 카메라 근처에 위치해 카메라 렌즈에 지문이 묻어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은 2013년 아이폰5s 출시 당시 전면 버튼 내장 지문인식 기능 '터치 ID'를 내놓았다. 하지만 2017년 아이폰X(텐)을 선보이며 기존 터치ID를 과감히 버렸다. 대신 전면 3D 센싱 카메라를 이용한 얼굴인식 기능 '페이스 ID'를 새로 도입했다.

스마트폰 업계는 애플이 아이폰X에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인식 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봤지만, 애플 역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인식은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가 손꼽아 기다리는 기술 중 하나다.

최근 GSM아레나가 2만명쯤을 대상으로 2018년 스마트폰에서 가장 기대하는 신기술을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인식을 선택한 응답자가 7646명(38%)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확대(19%), 트리플 카메라(15%),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확대(14%), 3D 얼굴인식(10%) 순으로 관심이 높았다.

스마트폰 업계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9에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인식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할 것으로 관측했으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는 최근 막 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8'에서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처음 선보였다. 비보는 미국 생체인식 전문 업체 시냅틱스가 개발한 '클리어 ID'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전면 디스플레이에 손가락을 터치해 지문인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비보가 CES 2018에서 처음 선보인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인식 스마트폰. / 비보 제공
비보가 CES 2018에서 처음 선보인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인식 스마트폰. / 비보 제공
하지만 비보가 CES 2018에서 공개한 이 스마트폰의 출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비보는 신제품 출시 일정을 2018년 초로 한다는 어중간한 입장만 발표했다. 제품명도 미정이다.

2018년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생체인식 보안 기술은 비보가 처음 선보인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인식과 애플이 물꼬를 튼 얼굴인식 등 두 갈래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18년 판매될 스마트폰 중 10억대 이상이 지문인식 센서를, 4억대 이상이 안면인식 센서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지문인식을 선호하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고, 풀 스크린 디자인을 내세운 심미성을 염두에 둘 때 기술적 문제만 해결되면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인식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인식 방식은 향후 등장할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