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리플・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화폐 시세가 이틀째 폭락세다. 가상화폐 열기가 거센 한국과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를 투자가 아닌 투기로 보고 규제 방침을 연이어 발표하자 투자자의 불안감이 시세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6일 오후 5시(현지시각) 기준 시가총액 상위 20위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가치는 전날 대비 10% 이상 떨어졌다. 금액 기준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7100억달러(756조80억원)에서 5360억달러(570조7328억원)로 줄었다. 하루 만에 1740억달러(185조2752억원)가 증발한 셈이다. 가상화폐 가치가 5540억달러(589조8992억원)였던 한 달 전과 비교해 최저 수준이다.

가상화폐 이미지. / 조선DB
가상화폐 이미지. / 조선DB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일주일 전까지 2400만원대에 거래되던 시가총액 1위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16일 한때 11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 국제 시세 역시 4일 이후 처음으로 1만2000달러(1277만7600원) 선이 붕괴했다. 비트코인 가치는 이날에만 이날 28% 떨어져 1만달러 미만인 9969달러(1063만4929원)를 기록하는 등 2017년 12월 중순쯤 기록했던 최고치(1만9800달러・2112만2640원)의 절반 가격에 유통됐다. 하지만 16일 오후 8시 12분(현지시각) 1만1000달러(1173만4800원)를 회복했다. 비트코인은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7년 12월말 가격(1만800달러・1149만9840원) 대비 간신히 높은 수준이다.

시가총액 2・3위인 이더리움과 리플 가치는 비트코인보다 더 떨어졌다. 이더리움과 리플은 16일 한때 전날 대비 각각 30%, 46%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리플 가치는 16일 오전 9시 54분 기준 1.23달러(1309원)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회복됐지만, 오후 3시 기준으로 전날보다 23% 하락한 1.39달러(1480원)에 거래됐다. 최고액을 기록한 지난 4일(3.84달러・4088원)과 비교하면 가치가 63.41% 줄어든 셈이다.

◆ 전 세계 가상화폐 가격 하락 이끈 정부, 규제 시사 발언 이어가

미국 CNN 방송을 비롯한 주요 외신과 가상화폐 정보사이트는 한국과 중국이 가상화폐 규제를 언급한 후 이들 국가가 가상화폐 가치 폭락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가상화폐 단속 의지를 드러내자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이들이 불안감을 느껴 가상화폐 가치 하락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를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이하 한국시각)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힌 직후 급락했다.

이후 청와대가 11일 오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가상화폐 가격은 반등했다.

가상화폐를 비롯한 암호화폐 관련 데이터. / 조선일보 DB
가상화폐를 비롯한 암호화폐 관련 데이터. / 조선일보 DB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와 관련 "살아있는 옵션이지만 부처 간 진지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하자 가상화폐 상승세가 다시 꺾였다.

김 부총리의 발언 이후 가상화폐가 가격이 폭락하며 거래자의 분노가 커졌다. 정부는 규제를 이어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가상화폐 투자를 도박으로 보냐'라고 묻는 말에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라고 말하며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의 가상화폐 투자는 투기로 부를 만큼 불안정한 모습이라 불법 행위에 대해 범정부 부처가 나서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브스는 "한국에서 전해진 가상화폐 규제 소식이 가상화폐 가치 하락을 이끌었다"며 "젊은 투자자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부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가상화폐를 대량 판매하면서 가격이 내려갔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이어 "전문 투자자가 손실을 막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면서 파국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 역시 "가상화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에서 가상화폐 가치가 며칠 꾸준히 하락했다"며 "한국인과 일본인은 가상화폐당 20% 이상의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데 익숙하지만, 그들은 현명해지고 있고 시장이 다시 안정을 되찾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한국 정부 혼자 힘으로는 전 세계 암호화폐 관련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며 "이미 암호화폐가 기반을 두고 있는 분산시스템은 투자자에게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아킴 우르멜링 독일 중앙은행 이사회 이사 역시 14일 "한 국가의 규제 권한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는 국제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한국과 중국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강화 움직임에 의문을 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가상화폐 거래소 및 해외 거래소 접속을 차단할 계획이다. 또, 가상화폐 거래 시장을 조성하고 결제 및 청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를 단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