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정확한 움직임은 물론,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과 돌발 위험에 대처하는 모습은 인간 운전자보다 분명히 나았다.
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 레벨4 자율주행 기술(반자율주행·사람의 개입을 최소로 하는 자율주행 단계)이 적용된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FCEV) 넥쏘를 올림픽이 며칠 남지 않은 평창 시내 길에서 체험했다. 10㎞ 남짓한 주행이었지만 높은 기술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창 시내는 군데군데 올림픽 마무리 공사가 여전했다. 버스, 택시, 화물차, 덤프트럭, 일반차 등은 어지럽게 길을 달리고 있었다. 보도가 없는 곳도 있어서 사람들은 차도로 내려오기 일쑤였다. 하지만 넥쏘 자율주행차는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듯,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하게 수행해냈다.
이를 통해 넥쏘 자율주행차는 차 주변 360도를 실시간으로 알아챈다. 여기에 미리 고정밀지도를 다운로드해 실제 도로 데이터와 매칭한다. 경로에 따라 주행하는 동안에 모니터링 시스템에 빨간점으로 표시되는 도로 위 위험 인자는 100% 피해냈다. 이론상 고정밀지도만 확보하고 있으면 어느 도로에서도 스티어링 휠과 가속·브레이크 페달에 손과 발을 떼고 ,차에 완전히 의지하는 이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가장 놀랐던 구간은 회전교차로다. 회전교차로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통행방법이지만 이미 유럽 등에서는 많이 활용하는 교차로다. 정해진 규칙만 잘따르면 교차로를 빠르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일반교차로에 익숙해진 대다수 우리나라 운전자는 회전교차로 통행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다. 교차로 내 회전 중인 차에 통행 우선권이 있다는 걸 무시하고 교차로에 무리하게 진입하는가 하면, 교차로 밖에서 대기 중인 차에게 통행 방향을 방향지시등으로 알리지 않아 차가 오랫동안 대기하는 일도 잦다.
도로의 제한속도에 주행 조건을 설정하기 때문에 넥쏘는 비교적 천천히 움직였다. 성질 급한 인간 운전자는 넥쏘의 뒤에서 경적을 울려댔다. 결국 좌회전 신호 대기 중에 차선 위반으로 넥쏘를 앞질렀다. '교통사고 최대의 적은 인간'이라는 명제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100% 안전한 이동성을 기술 목표로 하는 자율주행의 장점이 확인됐다.
이진우 현대차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은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개발 철학은 보다 많은 고객에게 최고의 안전을 제공하고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최대의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상상이 현실이 될 자율주행 기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