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중심의 공기청정기 시장 전략을 펼치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중국 시장 규모는 2020년 51조원에 달할 전망인데, 양사는 프리미엄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필립스 등 선두 기업과 경쟁을 펼친다.

삼성전자는 8일 공기청정기 신제품 '큐브' 공개 행사에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의 판매량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석진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국내는 물론 대기 환경에 대한 우려가 큰 중국을 중심으로 공기청정기 판매처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대만의 한 전자매장에 전시된 LG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 LG전자 제공
대만의 한 전자매장에 전시된 LG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 LG전자 제공
LG전자는 20일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017년부터 중국·인도·러시아 등 신흥시장 등에 공기청정기를 내놨고, 2018년말까지 출시국을 25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 2020년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51조원

가전 업계는 향후 글로벌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 수준일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 내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고, 최근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공청정기가 필수 가전제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2015년 5600억원에서 2016년 6300억원, 2017년 1조원쯤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 규모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1000억위안(17조원)이었고, 2020년에는 3000억위안(50조9400억원)으로 3배쯤 증가할 전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내 공기청정기 보급률은 여전히 1% 미만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크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6년 1~8월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 점유율 1위는 필립스(24.8%)며, 파나소닉(11.9%)·렉시(9.4%)·월풀(8.7%)·미데아(8.3%) 등이 뒤를 이었다.

◆ 한국산 공기청정기, 2017년 중국서 고전…프리미엄 전략이 돌파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 점유율은 경쟁사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의 공기청정기 주요 수입국. / 한국무역협회 제공
중국의 공기청정기 주요 수입국. / 한국무역협회 제공
2016년 중국의 공기청정기 내수 판매량은 520만대를 기록했고, 같은해 한국산 공기청정기 수입량은 44만4000대로 조사됐다. 이를 추산하면 2016년 한국산 공기청정기의 점유율은 8.5%쯤이다.

하지만 2017년 중국 내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1000만대 수준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지만, 한국산 공기청정기 수입량은 오히려 25%쯤 줄어든 33만대(3.3%)를 기록했다.

가전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지만, 필립스·파나소닉 등 수입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고착화돼 있다"며 "렉시·미데아 등 로컬 브랜드의 성장세도 뚜렷해 국내 기업의 점유율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제품 분야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