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온 국민의 관심 종목으로 떠오른 컬링에서 사람과 인공지능(AI) 로봇이 한 판 붙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일 오후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개최한 'AI 컬링 로봇 경기 시연회'에서 AI 컬링 로봇 '컬리'는 강원도 춘천기계공고 선수들로 구성된 '사람팀'에게 3:0으로 완패했다.

AI 컬링 로봇 ‘컬리’의 투구 로봇이 스톤을 투구하는 모습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AI 컬링 로봇 ‘컬리’의 투구 로봇이 스톤을 투구하는 모습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하지만 졌음에도 불구하고 '컬리'의 실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시연회처럼 2엔드(세트) 경기가 아닌, 정식 10엔드 경기였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에 열린 시범 경기에서는 컬리가 1:0으로 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과 직접 대결을 펼친 '컬리'는 세계 최초의 AI 컬링 로봇이다. 2017년 고려대학교와 울산과학기술원 등 로봇과 인공지능 관련 8개 기관이 결성한 컨소시엄에서 공동 개발한 AI 컬링 소프트웨어 '컬브레인'을 탑재했다.

컬브레인은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경기 상황을 토대로 최선의 경기 전략과 투구 방법을 직접 선택한다. AI 바둑기사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딥 러닝 방식으로 1300여 개의 국제 컬링 경기와 1만1000엔드 16만회 투구 샷 기보를 분석, 자신만의 실력을 쌓았다.

이러한 실력을 바탕으로 컬브레인은 2017년 11월 한국과 일본 10개 대학이 참여한 AI 컬링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에서 1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컬링 종목은 경기장 온도와 습도, 정빙 정도 등에 따라 빙판의 특성이 시시각각 불규칙하게 변해 바둑 못지않은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전략 및 빙판의 질에 따라 투구방법도 달라지는 만큼 더욱 복잡하고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술력이 요구된다.

컬리는 AI 컬브레인과 경기 상황을 촬영하는 '스킵 로봇', 컬브레인이 결정한 전략과 투구법에 따라 스톤을 투구하는 '투구 로봇'으로 구성된다. 다만 실제 사람처럼 브룸(컬링 경기용 빗자루)으로 빙판 표면을 녹여 투구한 스톤의 이동 방향과 거리를 직접 조정하는 로봇은 아직 없다.

과기정통부는 이번에 공개한 컬리는 앞으로 더욱 컬링 실력을 키우는 한편, 올해 가을까지 사람처럼 브룸으로 빙판을 닦는 '스위핑 로봇'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스위핑 로봇을 추가한 이후에는 실제 컬링 선수들의 훈련 및 컬링 기술 연구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