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이 4위 업체 브로드컴 인수에 나섰다. 브로드컴이 세계 3위 반도체 업체인 퀄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인텔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브로드컴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두 회사의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영향력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인텔은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가 실패하길 바라고 있다"며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면 인텔이 브로드컴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계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 이미지. / 브로드컴 페이스북 갈무리
싱가포르계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 이미지. / 브로드컴 페이스북 갈무리
인텔은 반도체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5G 반도체 경쟁력에서 밀려날 수 있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텔과 퀄컴은 특히 무선 기기용 반도체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퀄컴이 애플과 특허 전쟁을 벌이면서, 최근 애플은 퀄컴이 아닌 인텔 칩을 선택했다.

하지만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애플과 퀄컴의 관계가 회복돼 인텔은 또다시 애플이라는 소비자를 놓칠 수 있다.

인텔은 2017년 말부터 브로드컴을 인수하는 안을 놓고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을 인수해 퀄컴까지 껴안겠다는 계산을 세운 것이다.

다만, 인텔이 브로드컴을 인수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있다. 브로드컴의 시가총액은 1042억달러(110조9521억6000만원)로 인텔(2442억달러・260조241억6000만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브로드컴을 인수하기에는 부담이다.

WSJ은 "인텔이 궁극적으로 브로드컴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은 작다"며 "소식통 중 한 명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부터 퀄컴 인수에 나섰다. 하지만 퀄컴 이사회는 "브로드컴이 퀄컴의 기업 가치를 과소평가했다"며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브로드컴은 2월 초 인수 금액을 상향 조정해 제안했지만, 퀄컴이 브로드컴의 인수 시도를 막기 위해 NXP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후 브로드컴은 인수 금액을 다시 낮췄다.

최근 미국 정부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지난 5일 퀄컴에 주주총회를 한 달 뒤로 미루라고 명령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브로드컴이 미국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외국 기업과 미국 기업 사이의 M&A가 진행될 경우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닌지를 놓고 조사를 진행해왔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 화웨이의 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