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이 미국 교육 시장을 놓고 경쟁을 시작했다. 5년 전까지 미국 교육 시장을 지배했던 애플은 보급형 아이패드로 설욕전에 나설 채비를 하고, 구글은 애플이 새로운 아이패드를 선보이기 하루 전날 크롬OS 기반 태블릿PC를 내놓으며 방어전을 펼쳤다.

26일(이하 현지시각)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구글은 에이서(Acer)와 손잡고 크롬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첫 번째 태블릿 '에이서 크롬북 탭 10(Acer Chromebook Tab 10)'을 발표했다. 에이서 크롬북 탭 10 화면은 9.7인치로 무게는 544g에 불과하다. 가격은 애플 아이패드 최저가형과 같은 329달러(35만2500원)다.

구글 크롬OS를 탑재한 최초의 태블릿 ‘에이서 크롬북 탭 10’ / 에이서 홈페이지 갈무리
구글 크롬OS를 탑재한 최초의 태블릿 ‘에이서 크롬북 탭 10’ / 에이서 홈페이지 갈무리
에이서 크롬북 탭 10은 크롬OS 기반이기에 학교의 IT 시스템과 쉽게 통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터치 입력과 스타일러스 펜을 지원하며 배터리는 최대 9시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에이서 크롬북 탭 10은 구글이 조만간 선보일 우주 탐험 증강현실(AR)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은 AR 플랫폼을 통해 우주 정거장, 로마 콜로세움을 눈앞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 애플 '저가형 아이패드' 발표 하루 전, 크롬OS 기반 태블릿 선보인 구글

시장에선 구글이 애플을 염두에 두고 크롬OS 기반의 태블릿 공개 날짜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한다.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애플은 27일 교육 시장을 겨냥한 저가형 아이패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259달러(27만7500원)의 아이패드를 새로운 교육용 소프트웨어(SW)와 함께 선보이리라 예상한다. 새로운 아이패드는 프리미엄 제품인 '아이패드 프로'에서 지원하는 '애플 펜슬'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가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 애플이 저가형 아이패드를 들고나오는 것은 미국 교육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구글 크롬북을 저지하려는 조치다.

2013년까지만 해도 미국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 기기는 애플 아이패드였다. 당시 미국 학생들이 사용하는 기기의 50%는 아이패드와 맥북 등이었다. 최고급 하드웨어를 갖춘 데다 교실을 점령하고 있는 넷북과 가격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2013년 로스앤젤레스 교육기관이 아이패드를 모든 학생에게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애플은 아이패드로 13억달러(1조3930억원)를 벌었다.

하지만 2014년 구글 크롬북이 등장하며 상황이 역전됐다. 크롬북은 크롬OS를 사용하는 노트북으로 주요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를 하드디스크가 아닌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고 쓴다. 하드웨어 성능은 뛰어나지 않지만 MS 윈도가 설치된 노트북에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다.

크롬북은 인터넷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지만, 학교에서는 풀 사이즈 키보드를 포함한 하드웨어에 후한 점수를 줬다. 크롬북은 현재 미국 교육용 PC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톰 마이너리 시장조사업체 IDC 기기 담당 부사장인 톰 마이너리는 IT 전문 매체 더버지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롬북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장치 관리가 단순하다는 이유로 크롬북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톰 마이너리는 "애플은 2017년 교육용 아이패드 시장 점유율을 다소 회복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한편, 에이서 크롬북 탭 10은 4월 시장에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