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 4년만에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다만 후임 선출 전까지 회장 직무는 그대로 수행할 예정이다. CEO 공백에 따른 포스크 경영 혼란을 최소화하고 CEO 후보군 육성프로그램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권 회장의 퇴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를 보인다. 권 회장은 눈에 띄는 구조조정 성과 이후 2017년 최근 6년 중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다음 50년 경영비전까지 세우는 등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권 회장이 퇴임하는 것은 포스코의 경영 차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 포스코 제공
권오준 포스코 회장. / 포스코 제공
권 회장은 3월말 포스코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회사를 잘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18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갑작스레 중도 하차의 뜻을 전했다. 4년 간 경영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됐고, 다음 50년을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표면적 이유다.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피로누적'을 사실상 '외풍'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회장은 임기 내내 정치적 외풍에 따른 중도 하차설에 시달렸다.

권 회장은 2017년 연임 성공 후 정규직 채용 확대, 하청회사 외주비 증가 등 정부 정책에 적극 발을 맞췄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한 미국 방문 경제인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중도 하차설이 불거졌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포스코가 이명박 정권 당시 정부 입김으로 해외 자원 개발사업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봤다는 지적을 받는 등 퇴임 압박을 받았다.

권 회장의 사임 표명으로 현재 운영 중인 '승계 카운슬'은 사실 외풍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 장치였다. 포스코 이사회는 2016년 2월 CEO 선임을 위한 첫단계인 승계 카운슬을 상시 운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 적폐청산 외치는 정부 기조에도 불구하고 '외풍'에 흔들린 것인가?
포스코는 또 객관적 검증 프로세스를 통해 선발된 포스코 및 계열사 부장급 이상 우수 인재에 대해 개인별로 계획을 수립해 맞춤형 육성을 하는 차기 경영자 양성 과정인 'CEO 후보군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정권 교체기마다 CEO 선임 과정에서 '외풍론'이 끊이지 않았고, 전임 회장은 사정 수사 타깃이 되는 등 포스코가 외부 입김에 취약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이다. 포스코의 외풍 방지책이 '적폐청산'을 외치는 정부의 기조에 힘없이 무너진 모습을 보인다.

포스코에 따르면 권 회장은 4년 간 경영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로 의사로부터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주현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에서 격론이 있었지만 권 회장이 결정내린 사의를 이사회에서 받기로 했다"며 "그동안 회장 교체는 각각 배경과 이유가 달라 일괄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건강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차기 CEO가 선임될 때까지 회장직을 그대로 이어간다.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몇개월 동안 회장 자리에 남는다는 것은 권 회장의 퇴임과 관련한 다양한 의혹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포스코는 공식적으로 정부 외압에 따른 권 회장의 중도 하차설을 일축하고 나섰지만, 진위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회장의 사퇴 의사 표명과 정치권의 압력설 및 검찰 내사설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