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터치', '오렌지로드', '전영소녀' 등 러브코미디 작품은 1980년대 소년 시절을 보냈던 3040 아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 대표적인 만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러브코미디 작품은 남녀의 사랑만 이야기하고 여성 독자 중심으로 그려지는 소녀 만화와 궤를 달리한다. 주로 소년·청년을 중심으로 그려지고 연애의 설레임보다 재미를 중시한다. 만화 '전영소녀'의 경우 아슬아슬한 성적묘사와 사실적인 남녀 심리를 표현해 성인층도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고 불린다.
3040세대 아재들이 소년시절 가슴을 설레게 했던 1980년대 러브코미디 대표작을 살펴봤다.
◇ 시끌별 녀석들 (1978~1987)
바람둥이 남자 고등학생 '모로보시 아타루'와 우주에서 온 미소녀 '라무'와의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어낸 만화 '시끌별 녀석들(うる星やつら)'은 국내에서는 '란마1/2' 시리즈로 더 유명한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高橋留美子)의 대표작이다.
시끌별 녀석들의 매력은 호피 무늬 비키니에 롱 부츠를 신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외계 미소녀 '라무'를 첫 번째로 꼽지만, 만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개성이 강하고 저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여있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인기 요소다.
1978년부터 1987년까지 거의 10년간 대중을 웃게 했던 이 작품은 1980년대 당시 만화 업계는 물론 애니메이션 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일본의 코믹마켓은 물론, 미국의 코믹콘까지 팝컬처 이벤트에서는 아직도 여주인공 라무 코스프레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시끌별 녀석들은 애니메이션·게임·연극 등 다채로운 매체로 콘텐츠가 만들어진 작품이다. TV애니메이션의 경우 1981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218화 분량이 제작됐으며, 극장 애니메이션도 6개 작품이 만들어졌다.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감독은 1983년작 극장판 '시끌별 녀석들 온리 유'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 미유키 (1980~1984)
만화 '터치', 'H2', '러프'와 함께 만화가 아다치 미치루(あだち充)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미유키(みゆき)'는 주인공 와카마쯔 마사토와 이름이 같은 두 명의 여주인공 '미유키'의 삼각관계를 그린 청춘 러브코미디 작품이다.
이 점은 원작자인 아다치도 인정한 바 있다. 아다치는 일본 잡지 다빈치 인터뷰에서 "단순하게 귀여운 여동생을 만화로 그리고 싶었을 뿐이다"며 "여동생이 없는 자신의 망상의 결과물이다"라고 만화에 탄생 배경에 대해 실토한 바 있다.
◇ 메존일각 (1980~1987)
20대 젊고 아름다운 미망인 여성과 사회인 준비생 청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메존일각(めぞん一刻)'은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 작품답게 여주인공의 매력은 한껏 올리고 개성 강한 주변 인물로 웃음을 채우는 작품이다.
메존일각의 무대는 쿄코를 젊은 미망인으로 만든 고등학교 시절 테니스 강사 소이치로가 남긴 낡은 일각관(一刻館)이며, 시대 배경은 1980년대다. 만화에서는 주인공이 취업난에 시달리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는 1980년 초반 미국발 경제불황으로 수출이 정체된 당시 일본 사회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당시 인기작이던 메존일각은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1986년부터 1988년까지 2년간 96편 분량의 콘텐츠가 제작됐다. 1987년 10월 현지 방영된 메존일각 77화 오프닝 곡으로 쓰였던 가수 무라시타 코우조우(村下孝蔵)의 '히다마리(陽だまり)'는 지금도 명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 터치 (1981~1986)
1981년 공개된 만화 '터치(タッチ)'는 만화가 아다치 미치루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린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과거 일본의 야구 소재 만화가 열혈 청춘 스토리에 집중한 것과 큰 차이점을 보인다. 일본 만화 업계는 터치가 이후 등장하는 야구 만화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한다.
만화 터치는 2008년 기준 단행본만 2억부가 팔린 인기작이다. 여주인공 미나미는 일본 사회에 '리듬체조'를 알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
◇ 변덕쟁이 오렌지로드 (1984~1987)
만화 '터치'를 제외하고 국내 3040 세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 바로 '변덕쟁이 오렌지로드(きまぐれオレンジ☆ロード)'다.
우유부단한 성격의 주인공 쿄우스케는 차례차례 닥쳐오는 사랑의 위기를 집안 대대로 이어지는 초능력을 이용해 해결한다. 개성 강한 등장인물과 초능력이란 소재는 자칫 지루하게 진행될 수 있는 러브스토리를 재미있게 꾸미는 요소다.
'팔방미인'으로 평가받는 마도카는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참여한 일본의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캐릭터 디자이너 타카다 아케미(高田明美)의 손길을 거치면서 원작 만화보다 더 예쁜 모습으로 재탄생 했다.
◇ 란마½ (1987~1996)
만화 '란마 2분의 1(½)'은 남자 주인공 란마가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여자로 변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았다. 1980년대 당시 인기가 높았던 작품이다.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의 대표작인 '시끌별 녀석들'의 차기작으로 그려진 란마½ 는 일본에서만 단행본 기준 5300만부 이상 판매됐으며, 2007년 기준 22개국 19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주요국에 소개됐다.
만화로 407화, TV애니메이션은 총 161화 분량이 제작된 란마½은 2010년 단편 애니메이션이 새로 만들어지는 등 아직도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 전영소녀 (1989~1992)
러브 코미디 만화가 예쁜 여주인공으로 소년의 시선을 끄는 것이라면 '전영소녀(電影少女)'만한 작품이 없다.
일본에서만 단행본 기준 1400만부 이상 판매된 만화 '전영소녀'는 원작자인 카츠라에게도 만화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라 평가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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