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는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PDA 등을 선보이는 등 이동통신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해왔습니다. 앞으로는 HTC 바이브(VIVE)를 중심으로 가상현실 분야에서의 혁신을 지속해갈 것입니다.”

레이몬드 파오(Raymond Pao) HTC 바이브 총괄 대표는 조선미디어그룹의 ICT 전문 매체 IT조선이 19일 개최한 ‘넥스트 VR 2018’ 콘퍼런스에서 세 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HTC는 가상현실(VR) 분야 하드웨어 선도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파오 대표는 ‘바이브 리얼리티 : 가상현실 산업 가속 위한 차세대 VR 디바이스 트렌드’라는 주제로 사업 추진 방향과 차세대 VR 하드웨어 발전 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레이몬드 파오 HTC 바이브 총괄대표가 기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IT조선 DB
레이몬드 파오 HTC 바이브 총괄대표가 기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IT조선 DB
그는 HTC가 VR 시장에 뛰어든 배경으로 ‘사람들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혁신, 새로운 플랫폼’을 기치로 삼은 기업 문화를 설명했다. HTC는 1997년 설립 후 20년간 휴대폰 및 스마트폰 산업에 집중하다 2010년대 중반 당시 회장의 의지에 따라 초창기 시장인 VR 분야에 뛰어들었다.

2016년 4월 PC 기반 VR 헤드셋(VR HMD) ‘바이브’를 출시한 HTC는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Lift)’와 함께 본격적으로 상용 VR 헤드셋 시대를 열었다. 연구실 수준에만 머물고 있던 VR 기술과 헤드셋, 콘텐츠를 단숨에 일반 소비자 코앞에 내밀었다.

파오 대표는 “바이브의 삼각형 로고는 기술과 인간성, 상상력의 결합을 의미한다”며 “우리의 상상력을 일반적인 방법으로 구현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 환경 등 제약이 있지만, 한계를 뛰어넘는 VR 기술은 사람의 상상력을 극대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브는 출시된 지 2년이 넘었는데, HTC는 최근 사업부를 좀 더 세분화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VR 생태계를 확대 중이다. 대표적인 신형 하드웨어 제품으로는 CES를 통해 선보인 ‘바이브 프로(VIVE PRO)’와 중국 시장이 먼저 출시된 독립형 VR 헤드셋 ‘바이브 포커스(VIVE FOCUS)’가 있다.

한국에서도 판매가 시작된 ‘바이브 프로’는 기존 바이브와 비교할 때 화질이 대폭 강화되고 착용감이 개선됐다. 기존 5m x 5m의 ‘룸 스케일’보다 4배 큰 10m x 10m의 VR 공간을 지원하는 것도 장점이다. 이 제품은 기업이나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한 B2B 시장 공략용 제품이다.

‘바이브 포커스’는 PC나 스마트폰이 없이 고품질의 VR 콘텐츠와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돕는 단독형 VR 헤드셋이다. 현재 중국 내수용으로만 출시됐지만, 향후 단독형 VR 헤드셋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시장과 교육, 의료 분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또한, HTC는 연말 인텔과 함께 바이브용 무선 어댑터를 출시해 거추장스러운 케이블이 필요없는 VR 체험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레이몬드 파오 HTC 바이브 총괄대표. / IT조선 DB
레이몬드 파오 HTC 바이브 총괄대표. / IT조선 DB
콘텐츠 분야로는 온라인 서비스인 ‘바이브 포트(VIVE PORT)’가 있다. 2017년 CES에서 처음 공개한 바이브 포트는 일종의 앱스토어이자 가상현실 콘텐츠 관련 포털로, 현재 2000개의 VR 앱과 콘텐츠가 있다.

최근 2D 웹브라우저가 아닌 VR 속에서 직접 바이브 포트를 통해 VR 콘텐츠와 앱을 검색하고, 미리보기 기능으로 먼저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매달 부담 없는 가격에 VR 콘텐츠 5개를 한 달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과금 정책도 선보였다. 그 결과 지난 2분기 동안 콘텐츠 수는 2배 늘었고 이용자 수는 6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5년 설립한 콘텐츠 개발 부서 ‘바이브 스튜디오’는 전 세계 각국의 협력사와 함께 바이브 포트용 콘텐츠를 개발하며 자체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는 VR 미디어 제작 사업 추진을 위한 바탕이 됐다. 바이브 스튜디오는 최근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제작과 촬영에 참여한 바 있다.

VR 생태계 확산 및 콘텐츠 확보를 위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바이브 X’의 거점지역은 초창기 전 세계 4개 도시에서 6개로 늘었으며, 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는 중이다.

파오 대표는 “바이브 X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는 기업, 스타트업만 이미 80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HTC는 신규 사업 확장도 추진 중이다. 반다이남코와 함께 일본에 실내형 VR 테마파크인 ‘VR 존(VR ZONE)’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7년 새롭게 설립한 부서인 ‘바이브 아트(VIVE ARTS)’를 통해 문화 예술 분야에까지 가상현실의 영역과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유럽에서 바이브 포트를 이용한 가상현실 패션쇼를 기획하기도 했다.

파오 대표는 차세대 VR 기술의 핵심 키로 ‘5G’ 통신 기술을 꼽았다. 2019년 상용화될 예정인 5G 통신 기술이 도입되면 현재의 VR 관련 기술과 생태계에 또 한 번 큰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5G 기술이 도입되면 실내에선 VR, 실외에서는 AR로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VR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다”라며 “차세대 VR 플랫폼에서는 HTC의 축적된 통신분야 노하우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 “향후에는 VR 및 AR 기술에 5G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이 통합될 것이다”라며 “차별화된 ‘바이브 리얼리티’를 구현하는 것이 HTC의 목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