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세탁기나 에어컨 등 대형 가전제품을 살 때 예상보다 부피가 커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가전제품의 색상 및 디자인이 벽지나 실내 공간과 어울리지 않아 곤혹스러운 때도 있다.

현실 공간에 가상현실 입체 콘텐츠를 배치하는 ‘증강현실(이하 AR, Augmented Reality)’ 기술이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입체 콘텐츠로 묘사된 가전제품을 실내에 배치하면 공간 및 분위기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홈퍼니싱기업 이케아의 ‘이케아 플레이스(IKEA Place)’가 대표적이다.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안내 화면. / 차주경 기자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안내 화면. / 차주경 기자
롯데하이마트 역시 2017년 4월 증강현실 서비스 ‘AR 쇼룸’을 선보였다. 소비자가 중대형 가전제품을 거주 공간에 미리 배치해볼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이 기능은 하이마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탑재됐다.

롯데하이마트 AR 쇼룸을 체험해봤다. 하지만, 증강현실 서비스로 부르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콘텐츠 품질이 떨어지는데다, 극히 일부 가전제품에만 이 기능이 적용돼 여러모로 불편했다.

◇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사용법은 매우 간단


하이마트 앱. 검색창만 터치하면 롯데하이마트 AR 쇼룸을 이용할 수 있다. / 차주경 기자
하이마트 앱. 검색창만 터치하면 롯데하이마트 AR 쇼룸을 이용할 수 있다. / 차주경 기자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사용법은 아주 간편하다. 하이마트 앱을 다운로드, 실행한 후 메인 화면 검색창을 터치하고 화면에 표시된 AR 쇼룸 아이콘을 터치하면 된다.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사용 화면. / 차주경 기자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사용 화면. / 차주경 기자
기능을 켠 후 실내에 배치할 가전제품 품목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 롯데하이마트 AR 쇼룸에는 ▲TV ▲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등 6개 품목이 마련됐다. 품목 선택 후 상제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여기서는 먼저 TV를 배치해보기로 했다.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사용 화면. / 차주경 기자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사용 화면. / 차주경 기자
제품을 선택하면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가 켜진다. 후면 카메라로 공간을 비추면 선택한 가전제품의 사진이 뜬다. 한손가락으로 터치해 가전제품의 자리를 옮길 수 있고, 두손가락으로 터치한 후 손가락을 돌리면 제품을 회전할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상품 소개 화면 화면. / 차주경 기자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상품 소개 화면 화면. / 차주경 기자
가전제품 배치 중 아래 메뉴에 마련된 ‘상품 정보’를 터치하면 해당 제품을 살 수 있다. 쇼핑몰로 바로 연결되는 방식이어서 편리하다.

◇ 무색한 AR, 가전제품 정면만 지원…해상도·화질도 떨어져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사용 화면. 롤 회전은 가능하나 요잉 회전은 불가능하다. / 차주경 기자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사용 화면. 롤 회전은 가능하나 요잉 회전은 불가능하다. / 차주경 기자
그런데, 롯데하이마트 AR 쇼룸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그것도 여러 개 있었다. 먼저 가전제품의 확대·축소는 가능한데, 회전은 오직 롤(X축) 방향으로만 가능하다. 가전제품의 옆면을 보여주는 요잉(Z축) 회전은 불가능하다. 즉, 이 서비스로는 가전제품의 ‘정면’만 볼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사용 화면. 건조기를 벽에 배치할 수는 있으나, 모서리에는 배치할 수 없다. / 차주경 기자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사용 화면. 건조기를 벽에 배치할 수는 있으나, 모서리에는 배치할 수 없다. / 차주경 기자
일부 제품만의 문제일 수도 있기에, 건조기나 벽걸이 에어컨 등 다른 가전제품을 선택해봤다. 하지만, TV든 에어컨이든 건조기든 모두 정면 사진으로만 배치할 수 있었다. 실내 벽면에는 가전 제품을 배치할 수 있겠지만, 모서리나 기둥 등에는 배치할 수 없는 셈이다.

증강현실 콘텐츠의 기본은 ‘입체’다. 그래야 피사체의 상하좌우를 모두 확인하며 현실 공간에 배치, 현실감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롯데하이마트 AR 쇼룸의 콘텐츠는 ‘평면’이다. 이래서야 증강현실이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실내에 가전제품 사진 붙이기’라는 명칭이 더 적합하다.

가전제품의 해상도도 낮아, 확대하면 사진이 흐려진다. 화면에 ㎝ 혹은 ㎜ 단위를 알려주는 기능도 없었다. 따라서 제품 외부에 어떤 스위치 혹은 버튼이 마련됐는지, 실제 제품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확인할 수 없다.

◇ 가전제품 카테고리는 6개, 전체 제품수도 31개로 적어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사용 화면. / 차주경 기자
롯데하이마트 AR 쇼룸 사용 화면. / 차주경 기자
배치할 수 있는 가전제품의 종류도 턱없이 부족했다. 롯데하이마트는 2017년 4월 AR쇼룸을 오픈하며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가전제품도 한달에 50개씩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현재 롯데하이마트 AR 쇼룸에 등록된 가전제품은 불과 31개뿐이다.

롯데하이마트 AR쇼룸 사용 화면. 확대하면 브랜드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가전제품 해상도가 흐려진다. / 차주경 기자
롯데하이마트 AR쇼룸 사용 화면. 확대하면 브랜드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가전제품 해상도가 흐려진다. / 차주경 기자
매달 50개 제품을 추가했다면, 서비스 제공 후 1년이 지난 지금 최소 600개 이상의 제품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롯데하이마트 AR 쇼룸에 등록된 가전제품은 목표치의 20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현재 등록된 가전제품도 최신제품이 아닌, AR 쇼룸 오픈 당시 출시된 구형 제품이 대다수다.

롯데하이마트 앱 기본 화면. / 차주경 기자
롯데하이마트 앱 기본 화면. / 차주경 기자
롯데하이마트측은 AR쇼룸 오픈 이후, 사실상 서비스 업데이트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마련된 서비스도 완성도가 낮아 제대로 된 ‘증강현실 기술’로 평가할 수 없다. 사용자 편의를 위한 기능이 아닌 ‘보여주기를 위한 기술’이라는 비판을 할 수 있는 이유다.

롯데하이마트측은 “유통업계 기술 트렌드가 가상현실에서 바이오인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하며, “AR쇼룸보다는 홍채·안면·정맥인식 등 생체인증, 스마트 스피커와 챗봇 서비스 등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디지털 전환은 유통 업계의 ‘생존’을 판가름하는 중요 요소다. 롯데하이마트가 선보일 생체인증·인공지능 기술 완성도가 AR 쇼룸보다 얼마나 발전 혹은 쇠퇴하는지에 따라 롯데하이마트의 디지털 전환 정도에 대한 평가가 뒤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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