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21년만에 언론을 초청해 현재 개발중인 5G 장비와 기술을 소개했다. 한국은 2019년 3월 세계 최초로 5G 통신을 상용화할 예정인데, 네트워크사업부가 안방 시장을 위협하는 화웨이에 대한 불안감의 작용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사장이 네트워크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사장이 네트워크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13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기자감담회를 열고 5G 통신용 네트워크 장비 공개와 함께 디지털시티에 구축한 5G 기반 미래 서비스를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장비는 ▲3.5㎓ 대역과 28㎓ 대역 네트워크 기지국 장비 ▲2.5㎓ 대역 5G 기지국 장비(Massive MIMO) ▲5G를 활용한 고정형 초고속 인터넷(FWA) 서비스 통신장비와 단말 등이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사장은 “네트워크사업부는 10년 전부터 차근차근 5G의 기초부터 연구했다”며 “삼성전자는 4G(LTE)부터 경쟁사와 대등한 역량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5G 시대에는 퍼스트무버(시장개척자 또는 선도자)가 돼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 비용이나 연구 인력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다.

◇ 삼성, 이례적으로 네트워크 사업부 심장부 공개

삼성전자가 언론에 네트워크사업부 심장부를 공개하고 제품 상용화에 앞서 제품을 소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전자는 단 한번도 제품 출시 전에 개발 상황이나 사업부 소개 등을 한 적이 없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네트워크사업부가 언론 상대 간담회를 한 것은 199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런 움직임이 화웨이 때문일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화웨이는 한국 이통사의 5G 장비 수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5G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정부와 이통사는 물론 언론 대상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친다.

이통 3사는 5G 통신 기지국으로 화웨이가 만든 네트워크 장비 도입을 놓고 검토 중이다. SK텔레콤과 KT는 LTE 구축 당시 미국 등에서 발생한 화웨이 장비 관련 보안상 이슈(화웨이가 중국 업체이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중국으로 반출할 수 있다는 이슈) 영향으로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5G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SK텔레콤과 KT도 화웨이로부터 5G 관련 제안요청서(RFP)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화웨이 관련 보안 이슈가 ‘5G=화웨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한국에서 5G 상용화 관련 논의가 있을 때마다 화웨이가 빠지지 않게 등장한다. 경쟁사인 노키아와 에릭슨은 상대적으로 잘 언급되지 않는다.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화웨이가 5G 이슈의 중심이 되자, 삼성전자에서 5G 장비를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간담회를 개최한 데는 특별한 의도가 없다”며 “5G 상용화와 네트워크 장비 선정에 앞서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라고 설명했다.

◇ “28㎓ 기술 앞선만큼 3.5㎓ 기술도 자신"...통신업계 ‘글쎄'

화웨이는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기업이다. 5G 장비 개발을 위해 10년간 연구개발(R&D)에만 총 450억달러(48조원)을 투자했다. 화웨이는 3.5㎓ 장비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비교해 앞서 있고, 삼성전자는 28㎓ 대역에서 화웨이에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5㎓ 대역은 한국 5G 상용화에서 가장 중요한 대역으로 평가받는다. 전파 도달 거리가 28㎓ 대비 길고 기존 LTE 대역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5G 전국망으로 쓰인다. 5G 서비스에 가입하는 고객이 5G 품질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대역이기도 하다. 이통3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G 주파수 경매 당시 넓은 대역을 확보하기 위해 눈치 작전을 펼친 것도 전국망 구축의 핵심 통신망이기 때문이다.

주파수 경매 당시 3.5㎓ 대역의 최종 낙찰가는 SK텔레콤(100㎒)은 1조2185억원, KT(100㎒)는 9680억원, LG유플러스(90㎒)는 8095억원이다. 반면 28㎓ 경매는 800㎒ 폭씩 배분하는 것으로 결정됐으며, 낙찰가는 나란히 2072억원이다. 대역별 가치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는데, 이는 3.5㎓ 대역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향후 5G 통신의 대세가 될 대역은 28㎓다. 하지만 5G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킬러 콘텐츠가 될 것인이 예상이 어렵기 때문에, 당장은 3.5㎓가 중요다. 5G 초기 구축은 28㎓보다 3.5㎓ 대역에서 먼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함께 28㎓로 5G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았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가 시연한 서비스와 주요 제품 대부분이 28㎓를 기반으로 한다.

삼성전자는 28㎓ 관련 기술이 3.5㎓ 대역과 비교해 더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에, 이 기술을 커버하면 3.5㎓는 문제될 것이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3.5㎓ 대역에서 5G를 구축하는 것은 LTE와 비교해 새로운 것이 없고, 일본에서 이미 3.5㎓ 대역 기반으로 LTE를 상용화한 경험이 있다.

김영기 사장은 “28㎓ 대역 기술은 1024개 안테나, 800㎒ 대역을 커버하기 때문에 64개 안테나와 100㎒ 대역을 커버하는 3.5㎓ 대역보다 더 어렵다”며 “더 어려운 28㎓ 대역을 3분기 상용화하기로 한 상황에서 3.5㎓ 대역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통신업계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28㎓ 대역 기술이 더 어려운 것은 맞지만 두 주파수 사이의 기술이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한다.

28㎓ 등 초고주파수(밀리미터파) 대역은 넓은 대역폭을 활용한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는 유리하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비교적 짧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기가급 속도를 구현하면서도 커버리지를 확대할 수 있는 저주파수(6GHz 이하의 저주파수 대역) 5G 기술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통신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제품 공급 차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상용화 시기에 맞춰 5G 통신 장비를 제 때 공급할 수 있을지 아직까지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신동수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상무는 이와 관련해 “통신 사업자와 공급 규모와 일정, 망구축 등에 대해 세밀하게 협의 중이다”라며 “3월 상용화에 맞춰 완성도 있는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