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형업계의 오덕 1~2세대 취향 저격이 본격화됐다. 만화·애니메이션 황금기라 평가받는 1970~1980년대 작품을 소재로 한 프라모델과 피규어 상품이 대거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코토부키야 등 프라모델 제조사는 자체 브랜드 모형 상품 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SDCS 마징가Z. / 야후재팬 갈무리
SDCS 마징가Z. / 야후재팬 갈무리
29일 일본 치바에 위치한 마쿠하리멧세 전시장에서는 세계적인 모형 축제 ‘원더페스티벌2018 여름’이 열렸다. 원더페스티벌은 1984년부터 시작돼 현재 34년의 역사를 가진 이벤트로, 향후 출시될 피규어 상품을 앞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더페스티벌은 1년에 두 번 열리며, 2월 진행된 이벤트에는 5만5000명이 참가했다.

마이니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2018년 여름 원더페스티벌에서는 캐릭터 피규어 부문에서는 게임 ‘페이트 그랜드오더’ 관련 상품이 인기였으며, 로봇 메카닉 부분에서는 1970~1980년대 로봇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상품이 쏟아졌다.

건담 프라모델로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반다이 스피리츠는 1982년작 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 등장했던 3단 변신 로봇 ‘VF-1J 발키리’를 36년간 축적된 모형 제작 노하우를 투입해 만든 ‘초합금(超合金)’브랜드 신상품을 선보였다.

1980년대 인기 만화 ‘드래곤볼’ 인기 캐릭터인 ‘부르마’와 파워드수트로 변신하는 오토바이를 세트로 구성한 프라모델 상품도 눈길을 끌었다. 또, 3대의 공룡 로봇을 합체시키면 거대 슈퍼로봇으로 변신하는 ‘열혈최강 고자우라’ 애니메이션 탄생 25주년 기념 프라모델도 등장했다.

반다이 스피리츠는 1970년대 등장해 슈퍼로봇의 초석을 세운 마징가Z와 그레이트 마징가를 머리가 큰 SD시리즈 프라모델 상품으로 2018년말 선보일 예정이다.

센티넬이 선보인 그렌다이저 액션 피규어. / 야후재팬 갈무리
센티넬이 선보인 그렌다이저 액션 피규어. / 야후재팬 갈무리
1975년 등장한 ‘UFO로보 그렌다이저’ 액션 피규어도 출시될 예정이다. 피규어 제작사 센티넬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리모델링 된 그렌다이저와 그렌다이저와 합체하는 비행체 스페이서 액션 피규어를 선보였다.

센티넬은 그렌다이저 외에도 ‘초중신 그라비온’, ‘진 겟타’ 등 슈퍼로봇과 1983년작 애니메이션 ‘기갑창세기 모스피다’에 등장했던 모스피다와 레기오스 등의 기체도 액션 피규어 상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1987년작 오락실용 슈팅 게임 ‘알타입(R-Type)’과 16비트 게임기 메가드라이브로 출시됐던 ‘썬더포스3’와 ‘썬더포스4’에 등장했던 전투기도 피그마(figma) 브랜드 액션 피규어 상품으로 나온다. 알타입의 경우 보스 메카닉과의 전투 장면을 연출해 3040세대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알타입 피규어 시제품. / 야후재팬 갈무리
알타입 피규어 시제품. / 야후재팬 갈무리
1970~1980년대 만화·애니메이션 혹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모형 상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까닭은 1~2세대 오덕 층의 고령화와 관련이 깊다.

일본의 1세대 오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첫 베이비부머 세대인 단카이(団塊·1947~1949) 세대로부터 태어난 1960년대생 아들과 딸로, 현재 이들 대부분은 50대다.

현지 만화 업계는 ‘실버 점프’와 ‘빅코믹’ 등 고령화된 오덕 1세대를 위한 만화 콘텐츠와 잡지를 시장에 선보여 실버 콘텐츠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모형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3일 캐릭터 상품 전문 기업 반다이는 ‘철인28호·마징가Z·겟타로보’ 등 인기 슈퍼로봇 캐릭터를 담은 ‘지팡이’ 상품을 현지 출시했다. 슈퍼로봇 지팡이는 고령화된 오덕 소비층의 상징적인 상품으로 현지 매체에 주목받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노무라총합연구소는 2005년 ‘마니아 소비자층’ 즉 오덕이 12개 주요 소비시장에서 172만명이 활동하고 있다 분석했다. 이들 오덕 소비층은 연간 4110억엔(4조1799억원)쯤을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상품 등에 쓰고 있다.

일본 모형 업계는 주요 소비층의 고령화에 따라 그들의 입맛에 맞는 1970~1990년대 만화 콘텐츠 소재 상품을 지속해서 선보이는 동시에, 어린이와 10대를 위한 모형 상품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모형 소비를 촉진하는 만화애니메이션 콘텐츠 역시 성인과 어린이로 양분되어 있다.

모형 업계의 트렌드는 장난감 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표적인 장난감 레고 브릭 역시 성인을 위한 상품과 어린이 상품이 뚜렷하게 구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