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삼성의 하만 인수는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9조원에 이르는 인수 비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AVN 분야 글로벌 선두 업체인 하만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AVN은 듣고(오디오·Audio), 보며(비디오·Video), 외부 정보와 연결하는 것(내비게이션·Navigation)을 의미하며, 자동차에서는 자동차 기업보다는 별도의 전문기업이 시장을 장악해 왔다.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하만(Harman)과 보스(Bose) 등이다.

산자이 다완 하만 X 부문장. / 하만 제공
산자이 다완 하만 X 부문장. / 하만 제공
삼성은 글로벌 AVN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하만 인수로 단번에 자동차 AVN 분야의 선두로 올라서게 됐다. 동시에 삼성은 하만이 갖춰놓은 완성차 업체와의 부품 공급망(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에 단숨에 합류하게 됐다.

또한 하만은 그간 집중했던 자동차나 생활 음향기기에서 냉장고, TV, 청소기 등 가전으로의 영역확대라는 시너지를 얻었다. 더욱이 현재 하만은 자율화, 증강인류, 연결지성 등의 기술 개발을 미래 먹거리로 상정하고 있는 바, 사물의 경계가 인터넷에 의해 모호해지는 IoT 시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중이다.

하만 X는 이런 하만 그룹 내에서 외부 업체와의 파트너십과 내부 개발을 맡은 조직이다. 이를 통해 초기 단계의 기술을 성숙 단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쉽게 말하면 미래 기술을 선행적으로 획득하는 부서다. 원래는 CTG(Corporate Technology Group)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하만 X로 변경됐다. 무언가 더 대단한 일을 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여기면 된다.

이 조직은 산자이 다완 부사장이 이끈다. 하만의 CTO(chief technology officer·최고기술책임자)이자 커넥티드 사업부의 부문장이다. 기술 분야 전문가면서 기업가이기도 하다. 신흥 기술의 동향을 파악하고, 자동차, 소비자 및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연결 생활(Connected Life)을 발전시키는 차세대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그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최근 재조직한 하만 CTG의 역할은?

CTG는 외부 업체와의 파트너십 및 내부개발을 통해 초기단계 기술을 성숙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어 하만의 사업 영역 전반에 이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시 말해 CTG의 능력있는 인재들은 미래 기술 선도를 위해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만은 혁신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는데, 우리 팀은 앞으로도 사명감을 가지고 이러한 노력을 주도할 것이다.

Q. 팀 이름이 하만 X인 이유가 있나?

내가 CTG에 합류하면서 하만의 미래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과 이에 대한 혁신, 인큐베이션, 상용화를 위해 팀의 목표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팀의 명칭도 자연스럽게 변하게 됐다. Y, Z 보다는 X가 더 듣기 좋은 이유도 있다

하만과 삼성이 2018년 1월 CES 2018에서 선보인 디지털 콕핏. / 하만 제공
하만과 삼성이 2018년 1월 CES 2018에서 선보인 디지털 콕핏. / 하만 제공
Q. 하만 X의 목표와 주요 연구 분야는 무엇인가?

하만 X는 하만이 발표한 2025년 200억달러(22조원)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자율화 기술, 연결 기술, 증강현실 기술들에 집중할 것이다. 우리는 혁신과 인큐베이션, 상용화 등 세영역에서 융합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혁신’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다. ‘인큐베이션’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마지막 ‘상용화’는 최종 개발한 제품의 시장 출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만 X는 공통 혁신 프레임워크와 프로세스를 마련해, 하만 내 모든 기술팀이 이를 신속히 개발 및 구현하게 지원한다.

Q. 하만 X가 다루는 핵심 기술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나?

가장 먼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자율화 기술’이다. 자율주행, 자율비행, 로보틱스 등이 속한다. 다음은 ‘증강 인류’로, 신기술을 통해 인류의 감각과 지능을 향상시키는 분야다. 증강현실(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 히어러블(Hearable), 오디오 강화 AR 등을 포함한다. 마지막은 ‘커넥티드 인텔리전스(연결 지능)’다. 음성인식에서의 혁신기술, 래피드 프로토타이핑(신속 시제품화), 어드밴스드 네트워킹 등이 있다. 예를 들면 상황에 맞게 환경을 인식하고 보다 추상적인 결정을 내리는 스마트 스피커를 만드는 것이다.

Q. 하만 X의 구성은 어떻게 이뤄지나?

하만 X는 지금까지 600개 이상의 특허 자산을 만들어 냈다. 인력의 50% 이상은 10년 이상의 경력과 고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팀은 크게 네분야로 나누며, 오디오 음성인식 부문, 자동차 부문, 미래형 UX 및 AI 부문, 전략 운영 및 혁신 매니지먼트 부문으로 구성한다.

Q. 하만 X와 별도로 산자이 다완 부사장은 하만 그룹 내에 기술위원회도 만들었는데?

기술위원회의 목적은 하만 그룹 전체와 부서별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을 조정하고, 새로 두각을 나타내는 기술에 대한 모범 사례와 지식을 공유한다. 이를 통해 하만의 전략적 기술 방향을 정의한다는 목표가 있다. 기술위원회는 그룹 전체와 각 사업부별 기술 및 엔지니어링 수장으로 구성한다.

Q. 하만 X의 핵심기술은 삼성과 어떤 시너지를 내고 있는가?

하만과 삼성은 자동차 산업에서 제조사의 기술 혁신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최고의 기술과 글로벌 규모를 활용해 대응 중이다. ‘자율화 기술’, ‘증강 인류’, ‘커넥티드 인텔리전스(연결지성)’ 등을 핵심 기술로 하는 하만 X를 필두로 하만은 삼성의 전문적 경험을 활용해 이 분야 최고의 연결성과 전문성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삼성이 가진 글로벌 규모, 연구 개발 및 역량, 시장 지배력은 제품 혁신을 가속하고,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할 것이다.

Q. 새 기술 습득을 위해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등의 인수 합병도 고려하나?

새 기술, 사람과 아이디어를 활용하려면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물론, 협업이 필요하다. 하만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향후에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