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만화책으로만 전 세계에서 2억8000만부가 판매된 ‘드래곤볼’의 작가는 토리야마 아키라(鳥山明)다. 토리야마는 닥터 슬럼프를 모태로 드래곤볼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방송 업계에 따르면 ‘닥터 슬럼프’ 애니메이션은 1981년 당시 시청률 36.9%을 기록했다. 이는 1977년 이후 방영된 일본 TV 애니메이션 중 시청률 순위 3위에 해당한다. 1위는 ‘마루코는 아홉살’, 2위는 ‘사자에상’이다.
닥터 슬럼프의 성공은 만화 독자층을 기존 소년에서 성인 여성층과 미취학 어린이로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 1981년 12월에 출간된 닥터 슬럼프 단행본 5권은 초판만 130만부, 6권은 220만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후지TV에 따르면 닥터 슬럼프 만화 단행본은 3000만부 이상이 팔렸다.
일경산업신문(닛케이)은 1981년 당시 일본 현지 만화 단행본의 초판 최고 판매 기록은 130만부로 ‘도라에몽’이 차지했지만, 닥터 슬럼프가 그 기록을 깼다고 보도했다.
닥터 슬럼프의 인기는 일본에서 멈추지 않고 홍콩과 대만을 넘어 유럽으로 이어졌다. 유럽에서 애니메이션의 평균 시청률은 30% 이상을 기록했다.
닥터 슬럼프는 북한에서도 방영됐다. 마이니치신문은 1997년 북한에서 닥터 슬럼프가 방영됐다고 전했다. 물론, 북한이 일본 원작자의 동의를 구했다거나 라이선스를 구입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 닥터 슬럼프 아이디어 고갈에서 탄생된 ‘드래곤볼’
애초 토리야마는 만화 닥터 슬럼프 주인공을 소녀로봇 ‘아라레’가 아닌 자칭 천재과학자 ‘노리마키 센베’ 박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발명품을 만들지만 매번 실패하는 과학자를 중심으로 스토리 라인을 꾸려가려 했다.
하지만 당시 만화 편집을 담당했던 토리시마 카즈히코는 아저씨 캐릭터가 아닌 소녀로봇 아라레를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리시마에 의해 주인공이 아라레가 된 셈이다.
토리야마는 닥터 슬럼프 만화가 인기 하락으로 짧은 기간 내에 끝날 것을 감안해 만화 연재가 시작되기 전부터 다음 작품을 구상했다. 다행히도 그가 만든 개그 만화는 애니메이션의 성공과 맞물려 빅히트 작품으로 떠올랐고, 토리야마는 계속해서 닥터 슬럼프 속 세상인 ‘펭귄 마을’의 이야기를 그려 나갈 수 있었다.
토리야마는 닥터 슬럼프 연재 중단을 고민했고,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잡지 주간소년 점프는 인기작으로 부상한 ‘닥터 슬럼프’를 놓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점프 출판사 슈에이샤(集英社)는 토리야마에게 닥터슬럼프를 끝내고 3개월 뒤에 새로운 만화를 연재할 수 있다면 닥터슬럼프 만화 연재를 그만둬도 좋다고 결정했다.
토리야마는 기회를 살려 닥터슬럼프 연재 당시 공개했던 단편 만화 ‘기룡소년 드래곤보이’와 ‘톰프 대모험’을 바탕으로 드래곤볼 스토리를 만들었고, 동양고전 ‘서유기’와 1814년 출간된 일본 소설 ‘사토미 팔견전’에서 구슬을 모은다는 내용을 더해 ‘드래곤볼’을 탄생시켰다.
◇ 드래곤볼과 세계관 공유하는 닥터 슬럼프
자칭 천재박스 센베와 소녀로봇 아라레가 살고 있는 펭귄마을은 ‘겐고로우 섬’의 한 시골 마을이며, 이 섬은 일본열도 근해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 만화 속 설정이다.
재미난 점은 닥터 슬럼프와 드래곤볼은 서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화 드래곤볼 곳곳에는 닥터 슬럼프에 등장했던 캐릭터가 게스트로 자주 출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주인공 아라레도 고등학교 졸업 전 상태로 등장한다. 닥터 슬럼프 만화 연재가 끝나던 시점의 세계가 그대로 드래곤볼과 이어지는 모양새다.
2016년 방영된 드래곤볼 슈퍼(超) 애니메이션 69화에서도 아라레가 등장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손오공은 어린시절 아라레를 만난 사실을 기억하고 있으며, 아라레가 강했다는 기억을 떠올린 손오공은 아라레와 대결을 요청한다.
드래곤볼의 손오공과 닥터 슬럼프의 아라레 중 누가 더 강한가에 대한 질문은 드래곤볼 연재 초기부터 나왔다. 토리야마는 소년 점프 만화 잡지 특별편에서 "손오공보다 아라레가 더 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㊹미래 아닌 현실세계에 로봇 등장시킨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㊸3등신 로봇의 선구주자 '마신영웅전 와타루'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㊷18년만에 부활한 자칭 미소녀 마법사 '리나 인버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㊶일본 미소녀 캐릭터의 기준 만든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㊵남자에서 여자로 변신하는 '란마1/2'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㊴1억권 넘게 팔린 만화 '슬램덩크' 후속작은 언제?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㊲부활 신호탄 쏴올린 열혈SF 대명사 '톱을 노려라'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㊱80년대 만화 패러디 결정체 '프로젝트 에이꼬'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㉞드래곤볼 주인공은 손오공?…치치·18호·비델 등 강한 언니들 즐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㉝드래곤볼, 원래 피콜로대마왕서 만화 끝낼 예정이었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㉜7년 기다린 에반게리온 극장판 마지막편 2020년 개봉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㉛리얼로봇의 정점 '장갑기병 보톰즈'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㉚돈 문제로 아톰 후속작 탄생 불발했지만…'제타마르스'가 바통 이어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㉙사람의 마음 가진 로봇 '아톰' 어떻게 탄생됐나?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㉘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는 '건담'…기대반 불안반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㉗로봇 만화 인기 초석 마련한 '철인28호'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㉖마크로스 3대요소 '발키리·여주인공의 노래·삼각관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㉕냉전시대 '음악'으로 적의 사기를 떨어뜨린 '민메이 어택'…로봇 애니의 '혁명'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㉔건담 팬 174만명이 뽑은 최고의 건담 애니 작품은?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㉓반다이 먹여살린 '건담'…원래는 '로봇' 아니었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㉒권선징악 깨뜨린 슈퍼로봇 애니메이션 '콤바트라V·볼테스V'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㉑마징가Z로 촉발된 변신·합체 로봇 붐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⑳상식을 뒤집는 역발상으로 마징가Z 만든 만화가 '나가이 고'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⑲80년대 소년 가슴 설레게 한 '러브코미디' 만화 작품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⑱빚 갚다가 '에반게리온' 등 SF명작 탄생시킨 '가이낙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⑰슈퍼로봇이 우주에서 날아와야 했던 까닭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⑯ 누가 '밍키'를 죽였나?…변신 마법소녀 획 그은 밍키모모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⑮빨간머리앤 만든 애니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 타계…미야자키 하야오 '충격'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⑭매그넘과 100톤망치 '시티헌터' 2019년 부활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⑬80년대 꿈꿨던 SF속 미래 세상 얼마나 실현됐나?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⑫슈퍼히어로 역사의 시작 '마블 코믹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⑪ '캔디'는 결국 누구랑 결혼했나?…애니 결말은?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⑩아재들에게 꿈과 상처 함께준 '태권브이'…국내 표절 로봇 총정리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⑨'딱딱이・줄동전・쇠자 금지' 1980년대 추억 속 오락실 문화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⑧독수리오형제부터 데카맨까지…1970년대 SF액션 히어로 양성소 '타츠노코프로'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⑦고양이 탈쓴 소녀 '헬로키티'의 배신은 유죄?무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⑥오락실 먹여살린 '대전게임'의 아버지 스트리트파이터2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⑤43년간 악과 싸우는 '파워레인저'…그 시작은 월광가면과 가면라이더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④아르카디아·오디세이·나데시코…향수 자극하는 우주전함의 역사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③1970년대 꽃핀 열혈 '슈퍼로봇' 붐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②비밀 간직한 은하철도999 속 '메텔'의 정체는?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① 40년전 종영한 마징가Z 결말 기억하십니까?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㊳"너는 이미 죽어있다" 명대사 남긴 80년대 하드보일드 액션 '북두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