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그동안 손 놓았던 택시 호출 서비스를 3년 만에 개편했다. 카카오택시와 경쟁에서 플랫폼 선점에 실패한 '티맵 택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2년 내 500만명 이상의 월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티맵 택시 개편을 통해 고객에게 택시 이용료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기사 3만명에게 버튼식 '콜잡이'를 제공한다. 개편의 이유가 고객 편의 제고와 기사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콜택시 업계에서는 수익성 창출이 어려운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에 SK텔레콤이 뛰어든 것에 의구심을 품는다. 국내 콜택시 시장 96%를 점유한 카카오모빌리티는 4월 유료 택시 호출 서비스를 시작한 후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평가는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SK텔레콤은 공식적으로는 사회적 가치 창출 의지를 강조하며 ‘티맵 택시’ 카드를 내놓았지만, 속내는 달라 보인다. SK텔레콤은 사실상 방치했던 모빌리티 시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택시 호출 서비스를 택했고, 카카오가 ‘카풀’ 사업 추진으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는 상황을 틈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지영 SK텔레콤 TTS사업 유닛장이 5일 서울 을지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편된 티맵 택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여지영 SK텔레콤 TTS사업 유닛장이 5일 서울 을지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편된 티맵 택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 SKT, 티맵 택시 3년 만에 새단장…2020년 MAU 500만 목표

여지영 SK텔레콤 TTS사업 유닛장은 5일 서울 을지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티맵 택시 실 사용자 수(MAU)를 현재 10만명에서 2018년 말까지 100만명으로 늘리고, 2020년에는 500만명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T택시의 MAU는 58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2018년 말까지 티맵 택시 10% 할인 혜택(월 5회, 회당 최대 5000원)을 제공한다. 승객은 티맵 택시 앱으로 택시 호출 후 하차 시 앱결제로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승객의 위치를 지인이 확인할 수 있는 '안심귀가 라이브' 기능도 선보인다. 고객은 택시의 현 위치와 도착 예정시간, 이용 택시 정보를 본인이 희망하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보낼 수 있다.

택시 호출 시 목적지까지 소요 시간과 예상 금액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예상금액과 소요시간은 T맵의 교통정보를 기반으로 제공돼 낯선 장소에서 택시 이용 시 요금 걱정을 줄일 수 있다.

배차 시스템도 개선했다. 택시 기사에게는 차량 진행 방향이 고객 호출 장소와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티맵 택시의 위치 측위 기능을 고도화해 순방향, 역방향 여부까지 알려준다.

또 택시기사에게 버튼식 '콜잡이'를 제공한다. 택시기사는 스마트폰에 손을 뻗지 않고도 버튼을 눌러 안전하게 고객의 호출에 응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2018년 내 택시기사 3만명에게 콜잡이를 무상 제공한 후 추가 제공을 검토한다.

티맵 택시 ‘안심귀가 라이브’ 서비스 화면. / SK텔레콤 제공
티맵 택시 ‘안심귀가 라이브’ 서비스 화면. / SK텔레콤 제공
◇ 모빌리티 시장 재개척 나선 SKT …"비즈니스 모델 찾겠다"

SK텔레콤은 당장의 수익 창출은 어렵지만 이번 티맵 택시 개편으로 모빌리티 시장 재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여지영 유닛장은 "초반 시장 선점에 실패해 그동안 티맵 택시에서 손을 놨다"며 "하지만 2~3년 새 발전한 모빌리티 시장을 보고 더이상 방치해선 위기가 올 것으로 판단해 개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이 보유한 기지국 기반의 유동인구 데이터, T맵의 교통 데이터, AI 기술력을 이용해 지금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 유닛장은 최근 이슈인 택시 호출 서비스 유료화와 카풀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말 돈이 될 것인지, 혁신 서비스 연결이 되는지 여부를 지켜보고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그는 "유료화보다는 모빌리티 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단순 플랫폼 수수료가 아닌 최적의 경로를 제안하거나, 최적의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등 새 비즈모델 찾을 것이며 TTS사업부도 티맵 택시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연결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티맵 택시를 개편하면서 카카오가 독점했던 택시 호출 시장의 개편도 예상된다. 카카오는 최근 출퇴근 시간대 카풀서비스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택시기사와 마찰을 빚고 있다.

여 유닛장은 "카카오택시가 택시기사와 갈등을 빚는 상황에 맞춰 서비스 개편을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SK텔레콤의 ICT 기술력과 사회적 가치 창출 의지가 카카오에 비해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