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포장도로(오프로드)는 물론, 포장도로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는 사륜구동(4×4) 시스템이 각광을 받으면서 오랜시간 4×4 기술을 축적해 온 지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된 랭글러의 경우 오프로드에 특화된 4×4 시스템으로 소비자 구미를 당기는 중이다.

◇ 잘팔릴까?…‘어디든 갈 수 있다’는 지프의 독보적인 기술

지프의 브랜드 슬로건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Go Anywhere. Do Anything)’다. 군용차로 출발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평균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쪽으로 4×4 기술을 다듬어 온 것이다.

. / FC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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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를 상징하는 랭글러는 지난 8월 4세대 신형을 국내 출시했다. 신형의 핵심은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4×4 시스템으로, 기존 랭글러 루비콘에 장착됐던 락-트랙(Rock-Trac) HD 풀타임 4×4를 업그레이드 하고, 셀렉-트랙(Selec-Trac) 풀타임 4×4 시스템을 새로 적용했다.

락-트랙 4x4 시스템은 4:1의 저속기어비와 잠금 기능이 들어간 트루-락 프런트/리어 디퍼런셜을 포함한다. 또 전자식 스웨이바 분리 장치로 구형에 비해 아티큘레이션과 서스펜션 트래블을 개선했다. 셀렉-트랙은 운전자가 세팅 후 잊어버려도 지속적으로 동력을 앞뒤바퀴에 전달한다. 향상된 77:1 크롤비로 어떠한 장애물도 쉽게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또 지프 셀렉-터레인(Jeep® Selec-Terrain) 지형설정 시스템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실내 장착된 다이얼로 오토(Auto), 스노우(Snow), 스포츠(Sport), 모래/진흙(Sand/Mud)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고, 선택 모드에 따라 구동계통의 컨트롤 모듈, 전자식 브레이크 컨트롤러, ESC, 변속기 컨트롤러, 엔진 컨트롤러 등 최대 12 항목의 시스템 설정을 최적화한다.

이런 기술에 힘입어 지프 랭글러는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SEMA(Specialty Equipment Market Association·세마)쇼에서 9년 연속 ‘올해의 4x4/SUV’를 따냈다. 2010년 이후 한번도 자리를 내주지 않은 기록도 함께 만들었다.

랭글러의 특화된 오프로드 성능은 트레일 레이티드 뱃지로도 증명됐다. 이 뱃지는 미국 군용차를 평가하는 NATC(네바다 오토모티브 테스트 센터) 주관으로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오프로드 코스에서 이뤄지는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받을 수 있다.

. / FC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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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272마력 2.0리터 트윈 스크롤 가솔린 터보를 얹었다. 여기에 ZF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다. 복합연비는 루비콘 8.2㎞/L, 사하라, 스포츠 9.0㎞/L다.

◇ 안팔릴까?…희소성 및 상징성 높지만 약간 부담스런 가격

랭글러의 가장 큰 특징은 도로 위 존재감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여기에 4세대 신형은 오프로드 성능에만 집착하지 않고, 일반 도로 주행에도 편안함을 제공한다. 지프 랭글러를 수입해 판매하는 FCA코리아는 이를 두고 "온·오프로드에서 가장 뛰어난 SUV"라고 설명한다.

단, 높아진 상품성 만큼 구형에 비해 가격이 상승했다. 이번 신형은 4940만~6170만원에 가격이 책정됐으나, 구형의 최저 가격은 3940만원이었다. 물론 10년여의 시간이 지난만큼 현실적인 가격이라는 반응도 있다. 또 이번 신형은 미국 판매 가격과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여서 오히려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역시 숫자에서 오는 압박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특유의 희소성 때문에 중고차 가격 방어는 잘되는 편이다. 다른 수입차에 비해 감가율이 낮은 것이다. 경쟁제품이 딱히 없는 덕분이다. 비슷한 성능의 오프로드 경쟁자를 찾으려면 대부분 1억원을 육박하거나 그 이상이어서 가격 대비 가치가 높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