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자동화 설비 전문업체 톱텍이 삼성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유출 논란에 휩싸인 후 이틀 만에 1500억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톱텍의 주가는 7540원이다. 29일 대비 19.62% 내렸다. 28일만 해도 4324억원이었던 톱텍의 시가총액은 30일 35.8% 줄어든 2774억원을 기록했다.

톱텍 아산사업장 전경. / 톱텍 제공
톱텍 아산사업장 전경. / 톱텍 제공
톱텍의 주가가 폭락한 것은 29일 톱텍 임직원이 구속된 데 따른 시장 반응으로 풀이된다. 29일 경기도 수원지검은 ‘산업기술 보호 및 유출방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톱텍 전현직 임직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서블 OLED 엣지 패널 곡면 협착기 관련 설비 사양서와 패널 도면 등을 중국에 팔아넘겨 155억원쯤을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기술유출 논란에 휩싸인 29일 톱텍의 주가와 시가총액은 28일 대비 20.17% 하락하며 각각 9380원, 3451억원에 마감했다. 이튿날인 30일에도 장 초반부터 10%가 넘는 하락률을 보이는 등 급락했다.

앞서 검찰의 조사가 시작됐던 9월에도 톱텍의 주가는 크게 요동친바 있다. 수원지검이 경북 구미 톱텍 본사를 압수 수색한 9월 14일 톱텍의 주가는 28.3% 급락했다.

당시 이재환 대표는 주주들에게 "검찰의 압수 수색은 오해에서 야기된 문제며 산업기술을 유출하거나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후 주가가 다시 조금씩 오르며 회복세를 보였으나 또 다시 폭락했다. 일각에서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일감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9일에도 역시 주주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톱텍 측은 발빠르게 해명의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중국에 수출한 본 건 곡면 협착기는 당사의 기술로 제작된 설비로, 그 과정에서 당사는 곡면 합작기 설비를 수출한 것 이외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산업기술 내지 영업비밀 자료들은 중국 거래업체에 제공한 바가 없다"며 "앞으로 계속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거래를 이어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거래의 연장을 언급한 것은 주주들의 우려를 안심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기술유출 논란 이후 삼성디스플레이가 톱텍을 배제하고 타 경쟁업체에 수주를 맡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만약 톱텍이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비위 행위가 발생한 협력사와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이 있다.

하지만 톱텍은 삼성디스플레이의 1차 협력사로 매출 상당부분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발생한다.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거래가 끊기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톱텍은 2017년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 장비를 납품해 실적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톱텍의 2016년 매출은 7457억원이었으나 2017년 1조1384억원으로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수원지검은 톱텍이 2017년 1조원 상당의 최대 매출 기록 후 매출 유지가 어렵게 되자, 일부 직원들이 삼성디스플레이와의 비밀유지계약이 체결된 설비를 몰래 수출하기로 모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방 모사장의 형수를 대표이사로 한 위장업체를 세우고 위장간판을 단 공장에서 설비를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IT조선은 톱텍 본사에 최근 현안에 대한 내용에 문의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