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 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이 주춤한 사이 그 빈틈을 AMD가 빠르게 메우고 있다. 개인용 PC 시장뿐 아니라 인텔의 최대 수익원인 서버 및 데이터센터 시장까지 노리는 모양새다.
앞서 이 회사가 공개한 판매 자료에 따르면 개인용 CPU 판매량은 이미 지난 7월 동률을 이뤘으며, 8월부터 AMD가 인텔을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텔의 주력 프로세서 제품들의 공급 부족과 그로 인한 가격 상승이 시작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매출 부문에서도 AMD 프로세서는 11월 한 달에만 약 325만유로(4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7년 12월 인텔 프로세서가 기록한 월별 최대 매출인 약 280만유로(35억3000만원) 기록을 넘어섰다.
특히 인텔 제품의 경우 주요 판매 제품이 i5-8600, i7-8700K, i9-9900K 등 중상급 이상 라인업에 쏠린 데 반해 AMD 제품은 라이젠 5 2600, 라이젠 7 2700X 등의 상위 제품은 물론 라이젠 3 이하 하위 제품도 상대적으로 고르게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중저가 PC 시장을 중심으로 AMD가 빠르게 세를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판매량 대비 매출은 여전히 인텔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텔의 프로세서 제품이 상대적으로 AMD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마진율도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다른 국가 및 지역 시장 분위기도 독일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AMD의 서버용 에픽(EPYC) 프로세서 라인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에 이어 최근에는 오라클과 아마존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잇따라 도입되는 등 서버 시장에서도 입지를 조금씩 넓히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은 PC 및 하드웨어 제조사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MS가 자사의 차세대 서피스(Surface) 제품에 인텔이 아닌 AMD 프로세서 탑재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루 웨일 웹 미디어 그룹(Blue Whale Web Media Group)의 편집장이자 MS 내부 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브래드 샘즈(Brad Sams)가 최근 출간한 저서 ‘Beneath A Surface’에 따르면 MS는 2019년 말 선보일 예정인 서피스 차기작에 AMD의 ‘피카소(Picasso)’ APU(AMD의 CPU+GPU 통합 프로세서 명칭)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AMD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인텔의 맞대응은 쉽지 않다. 주력 14㎚ 공정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수요가 공급을 초월하고 3분기 매출만 역대 최고 수준인 22조원을 기록했지만,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AMD의 7㎚ 기반 제품에 대응할 자사의 10㎚급 제품의 출시 및 양산은 2019년 하반기로 미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AMD는 7㎚ 기반 차세대 프로세서 제품군을 오는 1월 열리는 CES 2019에서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인텔은 당분간 기존 14㎚ 기반 제품들로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체 x86 프로세서 시장에서 AMD가 기존 인텔의 시장 점유율을 얼마나 가져오고 인텔이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