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시장에서 격전 중인 주요 제조사가 신형 제품을 내놓고 경쟁을 가속화한다. 필립모리스가 독주하는 가운데, KT&G의 기세가 무섭다. 3위인 BAT도 상위권 도약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11월 15일 3세대 전자담배 기기 ‘아이코스3’를 선보였다. KT&G는 이에 맞서 액상 카트리지를 사용해 담배 맛을 향상시킨 ‘릴 하이브리드’를 28일 내놓았다.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이하 BAT 코리아)는 한정판 전자담배 기기인 ‘글로 레드’를 11월 30일 시장에 선보이면서 연말 전자담배 시장 싸움에 열기를 더했다.

5일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담배 시장은 초기 시장이지만, 세대교체와 다채로운 전용 스틱의 등장으로 12월 업체간 격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 전자담배 시장 연 아이코스 3세대 기기 ‘아이코스3 & 아이코스3 멀티’

전자담배 세대 교체 신호탄을 쏜 것은 한국필립모리스다. 이 회사는 10월 23일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아이코스3’와 ‘아이코스3 멀티’를 발표한 뒤 11월 15일부터 판매에 돌입했다.

아이코스3. / 김형원 기자
아이코스3. / 김형원 기자
아이코스3는 기존 아이코스 대비 홀더 충전 시간이 40초쯤 빨라진 것이 특징이다. 또, 옆으로 홀더를 빼는 ‘사이드 오프닝’ 디자인을 채택해 기기 크기를 줄였다.

아이코스3 멀티는 아이코스 사용자가 가장 많이 요구해 온 ‘연속 사용’ 기능을 개선한 제품이다. 1회당 최대 6분 혹은 14모금, 연속 사용은 10회까지 가능하다. 한국필립모리스에 따르면 아이코스3 멀티 연속 사용 시간은 최대 60분이며, 경쟁사 동급 제품 대비 70%쯤 더 사용 시간이 길다.

아이코스3는 일반 담배 스틱 정도의 크기가 장점이다. 가격은 13만원이지만 회사가 제공하는 할인 코드를 적용하면 9만9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 ‘액상’으로 담배 맛 높인 KT&G 3세대 전자담배 기기 ‘릴 하이브리드’

KT&G는 11월 26일 신형 전자담배 기기 ‘릴 하이브리드’를 발표한 뒤 같은 달 28일 곧바로 판매를 시작했다. 릴 하이브리드’는 전자담배 기기에 액상 카트리지를 결합해 사용한다는 점이 기존 가열식 전자담배와 큰 차이점이다. 액상 카트리지를 디바이스에 결합한 후 전용 스틱을 삽입해 작동시키면 액상이 가열되어 발생하는 증기가 스틱을 통과하면서 흡연할 수 있다.

릴 하이브리드와 전용 스틱. / 김형원 기자
릴 하이브리드와 전용 스틱. / 김형원 기자
KT&G에 따르면 릴 하이브리드는 이 방식을 통해 기존 가열식 전자담배 대비 연무량이 향상되고 전자담배 특유의 찐맛은 감소된다.

KT&G의 릴 하이브리드는 액상 카트리지로 기존 가열식 담배의 단점인 찐맛을 감소시키고 연무량을 향상시킨 것이 장점이다. 가격은 11만원이지만 할인 쿠폰을 적용하면 8만3000원에 구입 가능하다.

릴 하이브리드의 단점은 액상 카트리지를 개당 500원에 추가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트리지는 한갑당 1개꼴로 소비된다. 즉, 전자담배 값이 경쟁사 대비 500원이 더 비싸다는 것이다.

KT&G 한 관계자는 "액상 카트리지 교체라는 단점을 안고 있지만 맛이 좋다면 소비자가 충분히 릴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릴 하이브리드 초기 시장 반응은 좋은 편이다. KT&G에 따르면 11월 28일 릴 미니멀리움 강남점에서는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 이전부터 소비자가 줄을 지어 대기했고, 오후 1시까지 300명 이상이 방문했다. 릴 하이브리드 기기는 강남점에서만 400대 이상 판매됐다.

◇ 2세대 상품으로 연말시장 나선 BAT코리아 ‘글로’

전자담배 시장 1, 2위인 한국필립모리스와 KT&G가 각각 3세대 전자담배 기기를 선보인 것과 달리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이하 BAT 코리아)는 2세대 기기를 바탕으로 만든 한정판 ‘글로 레드(glo Red)’로 12월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다툼에 나선다.

글로 레드. / BAT 코리아 제공
글로 레드. / BAT 코리아 제공
글로 레드는 7월 30일 전자담배 기기 ‘글로 시리즈2’에 담긴 업그레이드 기능이 모두 적용된 상품이다. 글로는 전용 스틱을 360도 감싸 내부까지 균일하게 가열하는 가열 기술을 적용해 담배의 풍미를 높인다는 것이 BAT 코리아 측 설명이다.

이미 전국 편의점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글로 레드 가격은 9만원이다. BAT 코리아가 제공하는 할인 쿠폰을 적용하면 6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2세대 제품인 만큼 가격 면에서는 경쟁사 제품 대비 저렴하다.

◇ 전자담배 경쟁 중심에 선 ‘맛’

담배 업계는 전자담배가 얼마나 일반담배와 비슷한 맛을 내느냐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달라진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KT&G는 편의점 판매에서는 릴 전자담배가 아이코스 시리즈를 앞선다고 말한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한국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한국필립모리스가 70%쯤이며, KT&G는 23%쯤이라고 말한다. 3개의 전자담배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3파전이 아닌 2파전 양상으로 점유율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담배 업계 한 관계자는 "필립모리스와 KT&G 등 담배회사가 다채로운 전자담배 기기와 전용 스틱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은 전자담배 시장의 성공 가능성이 장기적으로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며 "담배 시장이 앞으로 전자담배로 점점 전환돼 가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