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초 '비트코인이 2017년처럼 미친 듯이 질주할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전망은 엇갈렸으나, 2018년 말에는 같은 질문에 모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

"2018년이 시작할 때,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블록체인이 세계 질서를 재편할 거라는 환상에 빠졌다. 우리는 '당신만 빼고 모두 부자가 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다." (뉴욕타임스, NYT)

뉴욕타임스(NYT) 갈무리
뉴욕타임스(NYT) 갈무리
"2018년이 비트코인과 여타 암호화폐 지표를 보여준 한 해였다면, 2019년은 투자자와 기술자에게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포브스)

블룸버그,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포브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세계 주요 경제지가 2019년도 암호화폐 시장을 전망하는 가운데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시선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 NYT "투자자 일부, 비트코인 자체를 잊기 시작"

2017년 시작된 암호화폐 열풍은 2018년 FT가 '2018년을 빛낸 단어'로 '크립토'(Crypto, 암호화폐를 일컫는 또 다른 말)를 꼽을 만큼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불과 1년 사이 모든 낙관론은 사라졌다.

NYT는 "비트코인을 기억하냐"며 "일부 투자자는 비트코인 자체를 잊어버리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포브스 역시 "2018년 말을 끝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과대광고는 끝났고, 이제는 생산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라고 지적했다.

2017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한 해에만 약 1400% 상승했다. 반면, 2018년에는 그 여세를 잇지 못하고 70%쯤 하락했으며 1600억달러(180조1600억원) 상당의 가치가 사라졌다.

2017년 12월 1만9783달러(약 2227만원)였던 비트코인은 1년 만에 3810달러(약 420만원)로, 이더리움은 1400달러(약 150만원)에서 130달러(약 14만원)로 곤두박질쳤다. 다우지수가 2018년 한 해 동안 6.2% 손실을 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손해다. 주요 외신이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낸 이유다.

다만, 주요 외신은 증권형 토큰(STO, Security Token Offering)이 유틸리티 토큰 중심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STO가 활성화되면서 급락한 암호화폐 가치가 다시금 회복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브스는 "유틸리티 토큰 등을 이용한 암호화폐 공개(ICO)는 지금까지 회사 지분을 사는 것에 익숙했던 이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지 못했다"며 "STO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이점을 결합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거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등은 STO 거래소를 준비 중이다. 포브스는 "2019년 말까지 여러 STO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빠르게 추락한 암호화폐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 WSJ "블록체인, 실생활 서비스 보여줘야"

암호화폐 가격 폭등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블록체인 기술 전망 역시 어둡다. 2018년까지만 해도 블록체인을 접목할 경우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무언가가 탄생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기존 기술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강해진다.

WSJ은 "블록체인이 2019년에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때 블록체인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가진 존재로 여겨졌다. 블록체인과 전혀 관계없는 회사 이름에 '블록체인'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실제로 '롱 아일랜드 아이스트 티 컴퍼니(Long Island Iced Tea Company)가 사명을 '롱 블록체인 컴퍼니(Long Blockchain Company)'로 바꾸자, 주식은 하루에만 500% 급등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이용한 서비스 중 실제 사례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공유 투명성과 효율성을 보장해 거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웠다. 하지만 기존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넘어선 서비스는 나오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갈무리
월스트리트저널(WSJ) 갈무리
심지어 미국 MIT에서 발행하는 기술분석 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2019년 들어서는 블록체인이 평범한 기술로 인식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 저변이 확대되긴 하지만, 기존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마트, IBM, 네슬레 등 글로벌 대표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팀을 운영한다. 국제 화물 운송업체 UPS(United Parcel Service) 역시 지난해 9월부터 블록체인으로 고객 불만을 추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 세계 1만2000개 이상 지점을 보유한 유럽 최대 소매업체인 까르푸는 달걀 및 가금류 관련 살모넬라균을 탐지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주안 페레스(Juan Perez) UPS 수석 엔지니어링 및 정보책임자는 WSJ에 "2019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이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성숙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린다 조조(Linda Jojo)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nited Airlines) 부사장 겸 디지털책임자 역시 "블록체인을 다루는 팀을 만들긴 했지만, 아직 핵심 사례를 찾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 활용성에는 의문을 표시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블록체인 기술은 2017년, 세계 금융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린 혁명적인 무엇인가로 여겨졌다"면서도 "2018년에는 실망을 줬다가 2019년에는 평범해지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