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자급제 단말기 시장 진출 소식에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일부 온라인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네이버의 진출을 계기로 자급제 단말기의 온라인 유통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 자급제 단말기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일부 온라인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네이버의 자급제 단말기 유통 ‘참전'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15일부터 쇼핑중계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에 ▲자급제폰 ▲해외출시폰 ▲공기계·중고폰 등의 카테고리를 새로 신설했다.

네이버가 직접 단말기 물량을 들여와 판매자로 나서는 건 아니다. 판매 사업자들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 신청 후 판매하는 중개 방식이며, 누구나 사업자 등록증 등 기본 자격 조건만 갖추면 신청 가능하다. 단 해외 출시 단말기는 해외 직배송 제품만 판매할 수 있다.

국내 대리점에서 접하기 어려운 고가의 해외 출시 단말기와 중고 단말기를 네이버를 통해 쉽게 가격을 비교한 뒤, 네이버페이를 통해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지난 15일 네이버쇼핑 내 추가된 자급제폰 카테고리. / 네이버쇼핑 갈무리
지난 15일 네이버쇼핑 내 추가된 자급제폰 카테고리. / 네이버쇼핑 갈무리
업계는 이번 네이버의 ‘참전’이 소비자에게 온라인 쇼핑을 통해 자급제 단말기를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서 가격비교 경로로 자리잡은 네이버가 직접 자급제 단말 유통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네이버 진출 전에도 현재 11번가와 G마켓, 옥션, 위메프 등의 온라인 오픈마켓에서는 이미 자급제 단말기 판매자가 입점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 자급제 단말기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지는 않아, 온라인 쇼핑에서 자급제 단말기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 쇼핑을 통한 자급제 단말기 구매량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도 업계의 기대감을 키우는 지점이다. 11번가 측은 "선택약정할인폭 증가(25%)와 통신사 및 요금제 선택에 자기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 자급제 단말기가 인기를 얻고, 점차 공급 물량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번가를 통해 ▲갤럭시 S9 4500대 ▲G7 1000대 ▲홍미노트5 500대 ▲노트9 3700대 ▲노바라이트2 1500대 ▲V40 500대 등 자급제 단말기 판매가 이뤄졌다.

정부정책을 통한 지원 혜택이 늘고 있는 점도 온라인 쇼핑을 통해 자급제 단말기를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활기를 띨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최근 정부에서도 올해부터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출시하는 모든 단말기를 자급제로 판매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네이버가 자급제 단말기 판매 과정에서 향후 각종 프로모션 혜택 등을 부과하면 온라인 쇼핑 시장 내 자급제 단말기 판매 경쟁도 예상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입점 수수료가 없는데다 판매 수수료만 결제 방법에 따라 최대 3%까지 부가된다는 점에서 타 오픈마켓보다 입점 시 유리하다.

다만 자급제 단말기의 개통 과정의 편리성을 개선하는 일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자급제 단말기 유통이 확대돼 이동통신 대리점이 서비스 가입 업무만 맡게 되면, 온라인 쇼핑으로 단말기를 사더라도 오프라인 대리점을 다시 방문해 서비스 가입, 번호 이동 등의 서비스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메프 측은 "구조 상 네이버의 진출로 당장 온라인 유통 판로가 넓어진다고 보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쇼핑 중개 플랫폼으로서 네이버가 진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G마켓 관계자도 "당장 온라인 쇼핑 거래액에서 자급제 단말기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는 않은 편이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자급제 단말기의 온라인 시장 판매량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리점 등 오프라인 중심 기존 단말기 판매 유통업계는 네이버의 판매 소식에 크게 반발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소규모 유통업자들이 중심인 단말기 유통시장에 굳이 대기업 네이버가 진출해야 하냐"고 비판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물량 수급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소규모 대리점에게는 온라인 유통 판매 진출은 사실상 막혀있는 상황"이라며 "네이버의 진출은 오프라인 중심 중소 유통업자의 판매 경로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