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아이돌 마케팅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이는 아이돌 팬인 젊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디지털 시대에 보다 젊은 이미지를 은행에 입힐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인기 아이돌 블랙핑크를 전속 모델로 채용할 계획이다. / 조선일보DB
우리은행은 인기 아이돌 블랙핑크를 전속 모델로 채용할 계획이다. / 조선일보DB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새로운 모델로 블랙핑크와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계약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우리금융지주로 새롭게 출범하는 만큼 블랙핑크를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젊은 층 고객을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앞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각각 워너원과 방탄소년단(BTS)을 전속 모델로 체결하면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신한은행은 2018년 2월 워너원 측과 6개월 계약을 체결했으나, 계약을 3개월 연장해 11월 계약이 최종 종료됐다. 신한은행은 계약기간동안 워너원존을 따로 만들고 앱 가입 고객에게 워너원 브로마이드를 증정하는 등 젊은 고객 유치에 힘썼다. 또 쏠 앱을 공유하고 초대하는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워너원 팬사인회에 초청하기도 했다.

그 결과 신한 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가입자는 8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실사용률과 주사용률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워너원 통장은 출시 후 6만2478좌, 쏠 딥드림 체크카드는 12만8430좌가 판매됐다. 특히 신한은행은 10~30대 뿐 아니라 40~50대 여성층 선호도까지 높아 폭넓은 팬 효과를 거뒀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이 방탄소년단과 콜라보 상품인 ‘KB X BTS적금’과 ‘KB국민 BTS체크카드’ 1호 가입자가 돼 기념사진을 찍었다. / KB국민은행 제공
허인 KB국민은행장이 방탄소년단과 콜라보 상품인 ‘KB X BTS적금’과 ‘KB국민 BTS체크카드’ 1호 가입자가 돼 기념사진을 찍었다. / KB국민은행 제공
KB국민은행 역시 2018년 12월 BTS와 계약을 1년 더 연장했다. BTS 역시 그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방탄소년단과 진행한 광고캠페인 영상은 유튜브 등 SNS 채널에서 조회 수 1000만건을 돌파한데다 6월 출시한 BTS 적금은 18만좌를 넘겼다. 가입금액은 12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BTS가 KB국민은행과 계약한 이후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 하면서 글로벌 인지도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해 2월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인 GD(지드래곤)과 협업해 GD가 직접 디자인한 체크카드를 선보이고 좋은 효과를 거뒀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과거와 비교해 큰 변화다. 금융권은 신뢰를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꼽는만큼 그 동안은 스포츠 선수, 중견 배우 등을 주로 모델로 채용했다. KB국민은행이 김연아 선수, IBK기업은행이 방송인 송해 씨를 채용한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돌 모델로 기준이 바뀌고 있다.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미래 주요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 그 이유로 꼽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아이돌을 광고모델로 사용하는 이유는 밀레니얼 세대의 인기를 얻고 있는 세계적인 스타를 활용한 유스(youth) 마케팅 일환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융권에 불고있는 디지털 바람도 배경으로 분석된다. 올해 금융권은 디지털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젊음과 혁신, 도전 등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아이돌은 요즘 은행이 추구하는 디지털과 혁신 이미지에 잘 부합된다"며 "여기에 보유한 팬덤까지도 막강해 마케팅 효과가 탁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