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제1차관이 2019년 새해 시작과 함께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며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그의 행보가 공염불로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특별법 제정 등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나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차관은 하루에도 수차례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다. 30일 대전에서 열린 연구개발 특구 신년인사회에 참석했고, 연구개발특구위원회 민간위원을 초청한 간담회도 열었다. 또 정부 대전청사에서 조달청장과 과학기술 연구개발 성과와 공공조달 연계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과학계에서는 이 같은 문 차관의 행보가 그 동안의 평판을 뒤집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이었던 그는 2018년 12월 14일 과기정통부 제1차관에 임명됐다. 과학정책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임명 당시 과학계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왼쪽), 정무경 조달청장.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왼쪽), 정무경 조달청장.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과학계에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정책을 추진하고, 정계에 몸담았던 만큼 관련 국회의 협력 유도에 유리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반면 비교적 짧은 경험과 과학기술보좌관 역임 당시 보여 주지 못했던 성과 등으로 인해 신뢰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하 연구노조)은 문 차관 임명 당시 반대 성명을 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자들로 구성된 연구노조는 "과학기술계는 연구자 중심의 과학기술정책이 정착되기는 커녕 국가과학기술 정책이 끝없이 표류하는 문제의 중심에 문 차관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연구노조는 문 차관의 과학기술에 대한 현장 경험 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불통과 무능의 대명사라는 혹평을 날렸다.

문 차관은 임명 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12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구조노의 비판 기사를 게재하며 향후 소통을 다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연구자 중심, 연구자 주도 과기정책을 제대로 추진해 존재감을 키우고, 많이 만나뵙고 말씀 들으며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 /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페이스북 갈무리
. /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페이스북 갈무리
문 차관은 21일 대전 방문을 시작으로, 26일 초대 과학기술유공자들을 초청해 연말 간담회를 개최하고, 28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연이어 간담회를 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간담회 행보도 이어진다. 문 차관은 4일 국가기술자격인 기술사들의 모인 한국기술사회와 간담회로 시작해 10일 충남대 의대 감염제어컨버전스연구센터(MRC)·국가핵융합연구소·한국화학연구원 등 대전권 연구현장을 방문해 연구원 등과 간담회를 가지며 연구현장 요구사항을 듣고 의견을 교환했다.

11일에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고, 14일에는 과학기술 분야 기관장 대상 간담회를 열고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 밖에도 최근 2주간 문 차관의 주요 일정을 보면 ▲17일 이화여대 산학협력 교류행사 ▲21일 과학기술한림원 신년하례식, 국립과학관장 간담회 ▲23일 기업연구소 현장방문 및 간담회 ▲24일 드론쇼코리아 참석 ▲25일 우주기술기반 스타트업 청년창업가 간담회 ▲28일 이공계 대학원생들과 간담회 ▲29일 과우회 신년회 등 다양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간담회와 과학계 인사들과 만날 수 있는 모임 등에 참석했다.

문 차관의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그의 정책 추진력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의견도 있다.

연구노조 관계자는 "현장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건 물론 좋은 모습이지만, 성명서를 낼 때의 기조는 아직 그대로다"며 "얘기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묵은 과제인 연구개발특별법 제정,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 등 실질적인 플랜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