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은 독특한 차를 만들어 내는 회사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개성’, 또 누군가는 ‘생소함’으로 표현하지만 시트로엥이 이런 차를 만들게 된 건 특별한 이유가 있다. 푸조나 르노에 비해 역사가 짧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특이한 차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트로엥도 현재 100년 역사를 자랑한다.

. / 시트로엥 제공
. / 시트로엥 제공
100년의 시간을 축적해 온 시트로엥의 기술력은 결코 녹록치 않다. 그저 개성있는 차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시트로엥은 늘 기술과 미학의 융합을 추구해왔던 브랜드로, 여기에 프랑스 특유의 실용주의도 실천하고 있다. 그런 브랜드의 철학이 가장 잘 담겨있는 모델이 C4 칵투스와 그랜드 C4 스페이스 투어러다.

두 모델을 제주도 일원에서 시승했다.

◇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뭘 좀 아는 아빠가 선택하는 패밀리밴

미니밴은 재미가 없는 자동차 장르다. 디자인이나 기능, 성능 등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는 외관부터 차이를 만든다. 시트로엥의 새 제품 전략에 따라 그랜드 C4 ‘피카소’에서 ‘스페이스 투어러’로 개명했다.

미래적인 디자인부터 여타 미니밴과 매우 다르다. 일렬의 독립형 주간주행등이 미래차를 보는 기분을 들게 한다. 주간주행등과 나란한 얇은 그릴도 눈에 띈다.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 / 시트로엥 제공
. / 시트로엥 제공
측면도 심심하지 않다. 시원시원한 창문의 크기는 이 차의 역할을 잘 표현하는 부분이다. 루프에서 C필러까지 창문 외곽선의 콘트라스트를 만들어 내는 크롬 마감은 꽤나 패셔너블하다. 후면은 잘 정돈됐으나 ‘ㄷ’자형 램프로 재미를 줬다.

실내는 여유롭다. 확보한 넓은 시야는 C4 스페이스투어러가 갖춘 기본 능력을 배가 시킨다. 앞창이 이미 시원시원하게 뚫려 있음에도, 햇빛가리개를 들어올려 더 확장할 수 있게 했고, A필러에 상당한 크기의 쿼터 글라스 사각지대를 없앴다.

센터페시아 구성은 단순하다.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와 공조 버튼 등이 간결하게 표현됐다. 기어 레버는 스티어링휠 뒤쪽이다. 자동변속기 시대에 어울리는 작법이다. 이 때문에 운전석과 조수석 가운데 적재 공간이 생겼다. 이 공간의 실용성도 대단히 높다.

시트는 몸에 닿는 느낌이 좋다. 각 시트의 편안함을 잘 살려냈다. 단 트렁크 바닥에 수납되는 3열 시트의 경우 공간이 꽤 넓다고는 할 수 없다. 2열 시트에는 3개의 영유아용 카시트를 장착할 수 있다. 다둥이 가족을 위한 배려다.

엔진이 피카소 시절보다 업그레이드 됐다. 2.0리터 디젤엔진이 최고출력 163마력을 낸다. 여기에 자동 8단변속기(EAT8)를 맞물렸다. 효율은 복합기준 12.7㎞/L을 확보했다. 높은 효율은 디젤엔진 노하우와 함께 반응이 빠른 스타트 & 스톱 덕분이다.

. / 시트로엥 제공
. / 시트로엥 제공
시트 높이가 높은 까닭에 위아래로 흔들리는 성향이 있지만, 대체로 엉덩이로 느껴지는 승차감이 편안하다. 미니밴이 갖춰야 할 장점을 잘 담아냈다.

디젤엔진 특유의 가속력이 좋다. 물론 스포츠카처럼 야수의 움직임을 보이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일상생활에서의 경쾌함임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변속도 훌륭하다. 엔진 힘을 바퀴에 전달해 속도를 붙이는 일이 능숙하다.

제주도의 구불구불한 산길에서나 여유로운 해안도로 어디든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는 제 실력을 낸다. 뭘 좀 아는 아빠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패밀리밴이 바로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다. 기존에 비해 600만원 내려간 가격도 소비자의 구미를 당긴다.

◇ C4 칵투스…동급 최고의 주행감성

C4 칵투스는 지난 2014년 소개됐다. 당시 ‘에어범프’라는 독특한 기능으로 주목을 받았다. 옆차의 문이 열릴 때 접촉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는 차원이었다. 참신한 발상이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진 않았다. 결국 새 칵투스는 에어범프의 적용 비중을 대폭 줄였다.

칵투스의 얼굴은 LED 주간주행등과 크롬 그릴, 하단의 헤드램프 구성으로 역시 미래지향적이다. 또 전면 범퍼의 디자인을 변경해 개성을 더 드러냈다. 옆면은 문 디자인을 새로 했다. 에어범프는 정리됐고, 문짝의 표면이 매끄럽다. 후면부는 테일램프를 길게 넣어 재미있다.

실내 디자인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여행의 기분을 살리는 여행가방 디자인이 곳곳에 적용된 덕분이다. 프랑스차답다는 생각이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에는 여러 기능들을 지원한다. 선루프는 삭제했다.

뒷좌석은 꽤 쾌적하다고는 할 수 없다. 창문이 아래로 열리지 않아 뒷좌석 탑승자는 답답할 법하다. 그러나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오히려 이런 형태의 창문이 더 좋을 수도 있다.

트렁크 용량은 358리터다. 여행용 가방 3개 정도는 넉넉하게 수납하는 크기다.

. / 시트로엥 제공
. / 시트로엥 제공
엔진은 새 1.5리터 블루HDi다. 최고출력 120마력을 낸다. 기존보다 21마력 늘었다. 수치상으로는 부족해 보일 수도 있으나, 칵투스의 가벼운 차체(1070㎏)는 오히려 운전의 즐거움이 극대화된다. 여기에 더이상 울컥거림이 없는 6단 자동변속기가 운전재미를 살린다.

하체가 단단해 핸들링이 즐겁다. 시내에서나 산길에서 특유의 즐거움이 있다. 요철이 많은 구간에서의 노면 충격은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이라고 불리는 유압식 서스펜션이 모두 흡수한다. 과거 서스펜션과 확연히 구분되는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개성 높은 차가 개성을 빼고 대중성을 취하니, 장점은 늘어난다. 여러 단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을 모두 거둬내 최근 인기가 높은 SUV의 흐름을 타겠다는 게 수입사 한불모터스의 전략이다. 실제로도 조금 더 다가서기 편한 느낌이 든다. 칵투스가 속한 수입 소형 SUV 시장도 꽤나 다채롭게 전개될 것이라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