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블록체인 목표는 조폐공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가, 도시, 기업, 산업 등 지역화폐를 발행하려는 모든 회사가 고객이다. 이들이 디지털 화폐 발행을 쉽게 하도록 돕겠다."

1월 중순, 서울 구로구 소버린월렛네트워크 사무실서 만난 윤석구 대표는 향후 전 세계 모든 도시가 지역화폐 발행에 나선다고 예상했다. 이는 동일한 화폐를 사용하는 것보다 자체 화폐를 가지고 있을 경우 화폐 가치 차이를 이용해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가 지역화폐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석구 소버린월렛네트워크 대표. / 소버린월렛네트워크 제공
윤석구 소버린월렛네트워크 대표. / 소버린월렛네트워크 제공
실제 서울 노원구를 시작으로 부산, 김포, 제천, 오산은 물론 경기도가 지역화폐 발행에 나선다. 각각의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 자금 선순환과 골목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지역화폐를 꼽는다.

소버린월렛네트워크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블록체인 기업으로 전자지갑 '소버린월렛'과 암호화폐 '무이(MUI)' 토큰(메인넷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 암호화폐)을 개발했다. 소버린월렛네트워크 다음 목표는 '무이 메타 블록체인(MUI Meta-Blockchain)'이다.

무이 메타 블록체인은 분산 암호 기술을 이용한 중앙은행 시스템을 만들어,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메타블록체인은 하나의 노드에서 여러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돌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탈중앙화된 암호화폐 기술이 결합된 알고리즘이다.

소버린월렛네트워크는 최근 윤 대표 모교인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교(USC) 비터비 공과대학과(Viterbi School of Engineering)과 무이 메타 블록체인 프로젝트 개발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윤 대표는 "무이 메타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지역화폐를 쉽고 효율적으로 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윤석구 대표와 일문일답.

―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나.

"카이스트(KAIST) 전자공학 학사, USC 전산과학 석사를 졸업했다. 1994년부터 병역특례로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디지털 화폐와 전자상거래 사업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병역특례를 마치고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일 때 전자상거래 관련 회사를 창업했고, 스타트업 붐이던 2014년에 두 번째 창업했다.'

―블록체인은 언제 접했나.

"디지털 화폐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3만원이던 2013년부터 블록체인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P2P 거래만 있던 시기라 비트코인을 사지는 못했다."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이 화제다.

"CBDC는 중앙화된 디지털 화폐지만, 암호화폐는 탈중앙화된 디지털 화폐다. CBDC는 발행 주체가 중앙에 있으나, 암호화폐는 화폐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주체다."

메타 블록체인 프로젝트팀 구성원. / 윤석구 대표 제공
메타 블록체인 프로젝트팀 구성원. / 윤석구 대표 제공
―소버린월렛 네트워크는 어떤 역할을 하나.

"중앙화된 디지털 화폐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 중앙화된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 전체 시스템과 서비스가 마비된다.
부정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중앙화된 디지털 화폐를 관리하는 권력이 문제를 일으키면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본다. 그래서 중앙화된 권력을 배제하고 모든 사람이 권리를 나눠 갖는 직접 민주주의 형태의 탈중앙화 개념이 등장했다.

그런데 대부분 국가가 대의 민주주의를 택하듯 직접민주주의는 효율성 문제가 있다. 소버린월렛 네트워크는 이를 해결하려 한다."

―그 해결 방안이 무엇인가.

"비트코인은 '오픈소스 합의' 방식을 따랐다. 사실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가 제네시스 블록(최초 블록을 일컬음)을 합의에 따라 만든 것은 아니다. 제네시스 블록을 만든 코드를 공개하고, 이를 인정한 이들이 참여한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 그게 비트코인이다. 참여자들은 제네시스 블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참여했다. 이른바 '코드 이즈 로우(Code is Law)'라는 개념이다.

소버린월렛 네트워크 역시 우리가 만들 메타 블록체인 알고리즘을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 공개할 예정이다. 모든 사람이 메타 블록체인이 돌아가는 방식을 알게 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들 중 메타 블록체인 운영 방식과 알고리즘에 동의하면 메타 블록체인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다."

―이미 블록체인 기업이 지역화폐를 발행 중이다. 차이점은.

"지금까지 나온 지역화폐 대부분은 개별적인 SI 프로젝트다. 각자 메인넷을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경우가 많아 운영 주체에 의해 시스템이 쉽게 망가질 가능성도 있다.

지역화폐를 다루는 메인넷은 한 두 사람이 운영하기보다 많은 사람이 운영하는 퍼블릭 방식이 돼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 지역화폐가 신뢰받을 수 있다.

또한 이더리움 기반 메인넷은 아직 속도가 느리고 가스비(거래 수수료)도 높다. 소버린월렛에선 암호화폐 송금까지 1초면 충분하다. 비트코인 전송 및 확인까지는 15초가 걸린다. 송금 속도는 빠르고 가스비는 없고,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메인넷이 될 것이라는 게 메타 블록체인의 차별점이다."

―메타 블록체인은 100%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인가.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합친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분산화된 중앙은행 운영도 하이브리드(세미 프라이빗) 형태다. 소수의 사람이 운영에 참여하지만, 알고리즘 기반으로 돌아간다. 일반 대중이 참여한 노드가 이를 검증하는 형태다. 메타 블록체인에 투자할 100개 이상의 파트너가 운영 주체가 된다."

―화폐를 발행할 메타 블록체인 운영 자체를 프라이빗하게 할 경우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을 듯하다.

"기술을 설계할 때는 현실화 가능여부가 중요하다. 이상만 쫓다가는 언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 생긴다. 탈중앙화, 보안, 퍼포먼스 모두를 다 이룰 순 없다.

메타 블록체인은 화폐를 다루기 때문에 보안을 희생할 수 없다. 대신 효율성을 위해 탈중앙화를 희생하기로 했다. 그 대신 '코드 이즈 로우' 원칙에 따라 소스를 공개할 것이다."

―중앙은행 운영 자체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상에서 이뤄지지만, 이 모두를 오픈 소스로 공개한다는 뜻인가.

"세미 프라이빗이지만 소스는 공개한다. 그리고 운영 검증은 퍼블릭 블록체인 참여자들이 한다. 효율성과 보안,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법이다."

―수익 모델은.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시스템 사용료를 받을 예정이다."

―특별히 목표로 한 시장은.

"동남아시아 지역에 관심이 많다. 동남아에는 국가가 많다. 본래 인종이 다양하고 많은 국가가 있는 곳에서 자기만의 화폐를 가져야 한다는 욕구가 크다."

―메타 블록체인은 언제 나오나.

"비트코인 탄생 12주년인 2021년 1월 3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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