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이 갖고 있는 특성과 매력을 시리즈 ①회부터 ⑦회까지 소개했다. 지금부터 전자책의 그런 장점을 이용해 자투리 시간에 효율적으로 독서하는 노하우를 공유한다. 특히 전자책을 고르는 법과 책에서 다음 독서 거리를 찾아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독서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2017년 6월 조선일보 어수웅기자의 해외 작가 줌파 라히리 프린스턴대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인도계 미국인인 라히리 교수가 이탈리아어를 배워, 이탈리아어로 책(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을 출간한 스토리를 담고 있었다. 그 기사를 통해 라히리 교수가 풀리처 상 수상작가이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좋아하는 작가라는 점을 알았다.


생전 처음 접한 작가였지만, 인터뷰 내용에 자극을 받아 전자책 서점에서 ‘줌파 라히리’ 이름을 검색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작품이 검색목록에 표시됐다.

그중에서 무작위로 소설집 ‘축복받은 집'을 선택해서 듣기 시작했다. 인도계 미국 이민 사회를 소재로 삼은 단편 소설들은 두 문화의 경계선에서 겪는 그들의 내밀한 세계를 밀도있게 그려냈다.

머리속에서 한국계 미국 이민 사회를 연상하면서 소설의 세계에 푹 빠졌다.(라히리 작품 세계를 접한 것을 계기로 한참 후에 한국계 미국작가 이창동씨의 가족을 읽었다.) 라히리의 스토리 전개 솜씨에 혼자서 씩 웃기도 하고, 막판 반전에 짜릿한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축복받은 집 독서를 끝내자 마자, 다시 전자책 서점으로 달려가 라히리의 다른 작품(
저지대, 이름뒤에 숨은 사랑, 그저 좋은 사람)을 차례 차례 읽었다.라히리 작품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기 다른 맛을 지니고 있었다. 첫 페이지를 열자 마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라히리 작품중에서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이 오랫동안 마음을 울렸다. 이름뒤에 숨은 사람은 신생아 이름을 집안 어른이 짓는 인도의 풍속과 아버지의 러시아 문학 사랑을 모티브로 삼았다.

뱅골출신 미국 이민자 아쇼크는 첫 아들 이름을 인도에 있는 할머니에게 요청한다. 할머니가 보낸 우편물이 분실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병원 출생신고서에 자신이 좋아하는 고골리의 이름을 임시로 적는다.

주인공 고골리는 미국 사회에서 성장하면서 미국식도, 인도식도 아닌 고골리라는 이름에 고통을 겪고 성인이 되어 ‘니킬’이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한다.

이름뒤에 숨은 사랑을 다 읽고 나서 니콜라이 고골리의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솟았다. 고골리 단편집을 읽은 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책을 찾았다. 라히리에서 출발해 고골리를 거쳐 도스토예프스키에 도달한 것이다.

러시아 문학에 대한 인연은 그리 좋지 않았다. 계몽사 세계 명작을 초등학교에서 떼고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삼중당 문고판을 독서 대상으로 삼았다. 그때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20~30페이지 읽다가 포기했었다. 인간 심리를 다룬 죄와 벌에서 재미를 도저히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 줄을 따라 가면서 러시아 문학을 만나니 나의 뇌가 편안하게 낯섬이나 무거움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라히리 소설을 만난 덕분에 고골리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50대 중반에 제대로 만날 수 있었다.


전자책을 이용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신문 책소개 기사, 작가 인터뷰 등 책 관련 기사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작은 통로이기도 하다. 또는 벽너머 세상을 볼 수 있는 벽에 뚫린 작은 구멍에 비유할 수 있다.

그 통로를 통해 첫 책에 일단 발을 디디고, 그 책에서 다시 연결된 줄을 잡고 다른 책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렇게 꼬리를 꼬리를 물면서 책을 만나면 독서의 맛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선택한 책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진다. 학교, 부모, 직장에서 독서를 강요한 책을 재미있게 끝까지 읽기는 힘들다. 나는 줌파 라히리를 만나지 못했으면, 아마도 죽을 때까지 고골리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주변만 맴돌며 그 세계에 발을 디디지 못했을 것이다.

전자책을 활용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법은 앞으로 나에게 책 읽는 재미와 성취감을 계속해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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