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동영상 구독 서비스 ‘애플TV+’ 문호를 삼성, LG 등 하드웨어 경쟁업체들에게 활짝 열었다. 서비스를 자사 전용 기기에만 몰아 폐쇄적으로 운영한 애플이 전략을 확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아울러 기술시장 싸움터가 하드웨어로부터 콘텐츠서비스로 급격히 이동할 전망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폐쇄적인 생태계로 인해 비판을 받았던 애플이다. 타사 제품에 문호를 개방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TV+’를 특정 하드웨어나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는 완전히 독립된 서비스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 분야 선두업체인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특정 플랫폼이 아닌 거의 모든 스마트 기기를 통해 동영상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플 생태계만 고집하니 시장 절반 이상을 아예 버리고 경쟁사와 싸워야 할 판이다.
화질을 보장한 유료 동영상 콘텐츠를 제대로 보려면 TV가 꼭 필요하다. 특히 삼성과 LG는 대화면 고급형 TV 구매력이 높은 북미와 유럽의 프리미엄 TV 시장을 휘어잡았다. 동영상 구독 서비스를 선언한 애플로선 싫어도 삼성, LG와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다.
비싼 애플 하드웨어가 없어도 ‘애플TV+’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 선택 폭은 훨씬 넓어졌다. 애플 사용자는 독점 콘텐츠를 ‘에어플레이 2’를 통해 삼성과 LG의 최신 TV에서 더욱 간편하게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애플은 신규 가입자 증가로 안정적인 수입원을 더욱 쉽게 확보할 수 있다. TV업체는 갈수록 한계에 부닥치는 수요를 다시 확대할 기회가 생겼다. 양쪽 모두 윈윈(win-win)이다.
이번 애플 전략 수정을 계기로 그간 하드웨어 분야에 집중됐던 정보통신기술(ICT) 헤게모니 다툼은 콘텐츠 서비스쪽으로 급격히 옮겨갈 전망이다. 하드웨어 시장 경쟁의 강도는 약해지는 반면에 콘텐츠 서비스 경쟁은 선수들의 증가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