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사용료를 낸다. 도로를 만들고 유지보수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함이다. 사용료를 상습적으로 미납할 경우에는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통신망 이용 시에도 마찬가지다. 일반 국민은 통신사의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한다. 연체가 잦으면 직권해지 등 조치를 받는다. 그런데 외산 기업인 넷플릭스는 한국의 통신망을 사용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는다. 한국에 서버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시 국제망을 써야 한다. KT,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업자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국제망을 증설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정작 한국에서 돈을 벌어가는 주체인 넷플릭스는 가입자의 불편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IT조선은 넷플릭스의 비정상적인 서비스 전략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KT와 SK브로드밴드는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의 막대한 트래픽 발생에도 불구하고 망 사용료를 받지 못한다. 양사는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 및 캐시 서버 구축과 관련한 협상을 추진 중이지만 ‘몽니’로 일관한 넷플릭스의 태도에 답답한 심정을 내비친다.

KT와 SK브로드밴드는 캐시서버 설치로 최근 가입자가 폭증한 넷플릭스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바란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동안 망 이용료를 내지 않은 구글 사례를 들며 국내 통신사에 캐시서버 구축·운영비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 DB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 DB
통신업계는 넷플릭스의 무임 승차로 KT와 SK브로드밴드의 보이지 않는 손실이 연간 최소 1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이는 넷플릭스에 받아야 하는 망 사용료와 꾸준히 지출되는 해외망 용량 증설 비용이다. 향후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로 트래픽이 늘어나게 되면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17일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매년 한 통신사에 낼 망 사용료는 적어도 1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IT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망 사용료로 각각 연간 700억원과 300억원쯤을 통신사에 지불한다. 페이스북은 앞서 KT에 캐시서버를 두고 매년 100억~200억원의 망 사용료를 냈다. SK브로드밴드와 2월 맺은 계약에서도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3사의 국내 트래픽 점유율은 연간 50%에 달한다.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는 1800만명, 유튜브 이용자는 2500만명, 넷플릭스는 240만명으로 추정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동영상 플랫폼인 것을 고려하면 페이스북의 수 배에 달하는 트래픽을 유발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페이스북, 네이버와 비교해 가입자 수는 적지만 고화질 영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트래픽은 훨씬 많다"며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트래픽이 커져 페이스북 이상으로 망 사용료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와 협상에 앞서 KT와 SK브로드밴드는 황금시간대 넷플릭스 속도와 화질이 떨어진다는 고객 불만에 곤혹을 치른다.

SK브로드밴드는 1월 말 넷플릭스에 쓰이는 해외망 회선 용량을 50Gbps에서 100Gbps로 2배 증설했다. 해외망 용량이 통신3사 중 가장 큰 KT도 고객의 빗발치는 항의에 2월 중순 해외망 증설을 완료했다. 그럼에도 KT와 SK브로드밴드의 넷플릭스 접속 속도는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망 용량 증설 비용은 고스란히 국내 통신사의 부담이다. 간단한 용량 증설에도 10억원 내외의 비용이 들어간다.

SK브로드밴드 한 관계자는 "해외망 용량 증설은 속도 지연을 줄여주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페이스북과 협상 타결에 이른 것처럼 넷플릭스에도 캐시서버 구축 및 망 사용료를 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와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넷플릭스 한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료 협상과 관련 "망 이용료와 관련 여러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자세한 사항은 공유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