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천막농성과 고공시위 등 강경행위에 나설 태세다. 합의안이 부결된 이유로 강성 집행부의 소통 부족이 거론되는 상황인 만큼 향후 재협상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노조는 2018 임단협 잠정합의문 찬반투표가 부결된 지난 21일 오후부터 긴급 쟁의대책위원회 등을 포함한 내부회의를 약 6시간 동안 진행했다. 향후 일정과 재협상 여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조만간 사측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사측이 공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 천막농성 등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부산공장 앞 천막시위를 27일로 예고한 것.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소식지. /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홈페이지 갈무리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소식지. /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홈페이지 갈무리
르노삼성차 노조는 23일자로 발행한 노조소식지를 통해 "임단협 부결에 담긴 뜻은 어떤 방식으로든 노조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명령으로 알고 조직을 재정비해서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겠다"며 첫 전면파업이 됐든, 고공농성이 됐든 우리가 가보지 못한 길을 함께 걸어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 양측은 지난 16일 2018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어 21일 잠정 합의안에 대한 노조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업계 예상과 달리 찬성 47.8%, 반대 51.8%로 협상안이 부결됐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동결 보상금 100만원, 성과 및 특별 격려금 976만원, 생산격려금(PI) 50% 지급과 근무 강도 개선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노조 내부에서는 합의안 부결의 이유로 기본급 동결과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대책 부족 등을 꼽았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이익은 많이 남아 (사측) 몇 년 동안 고배당을 한 반면, 일하는 노동자는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게 컸고, 높은 노동 강도를 완화할 수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부결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노조 내 불통을 부결 원인으로 본다. 강성 집행부가 조합원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노조 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번 투표에서 부산공장 기업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찬성 52.2%, 반대 47.2%로 합의안을 받아들이는 쪽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영업지부 소속 조합원들은 찬성 34.4%, 반대 65.6%로 표를 던져 부결시켰다. 합의안 내용이 생산직 외 조합원들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르노삼성차 노조가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에는 2차, 2016년에는 3차 투표까지 거쳐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