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공개(ICO)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혹시라도 정부 입장에 변화가 생길 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최 위원장이 감투를 벗더라도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차기 금융위원장 행보에 주목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18일 최 위원장은 "이번에 상당 폭의 내각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금융위원장은 임기 3년의 자리지만 이럴 때 인사권자 선택 폭을 넓혀드리고자 사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7월 19일 문재인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2년 만이다.

블록체인 업계는 최 위원장이 사의를 표했다 해서 바뀔 부분은 없다고 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최 위원장 한 사람이 나갔다고 해서 이해 관계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빌리티의 경우, 여론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이해 관계자들 때문인지 기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며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로 정부 내 이해 관계자들이 얽히고 섥혀 있기 때문에 특별히 달라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현 정책 기조가 바뀌어서 사의를 표명한 게 아니다"라며 "정책 기조는 그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업계에선 ICO 금지를 이끌었던 정부 관계자 한 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해서 딱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역시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그는 "정부 기조가 살짝 바뀐 느낌은 있다"며 "(무조건 ICO 금지를 외치기 보다는) 특금법 개정 등 정부가 양성할 부분은 규제 범위 안으로 끌고오려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에게 ‘소통 좀 하자’며 국내 암호화폐 정책 방향에 대해 논평했던 박성준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센터장은 "ICO에 변화는 전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 말고도 암호화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부 관계자 눈이 한 둘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다.

큰 폭의 변화는 없겠지만, 혹시나 모를 미래를 위해 차기 금융위원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나온다. 현재 최 위원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은성수 수출입은행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등이다.

은성수 은행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업계가 가장 눈 여겨 보는 인물은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이다. 거론된 인사들 중 유일하게 블록체인과 연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혁신’을 중점으로 NH농협금융지주를 이끌어온 그는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서 "회사 내부적으로 블록체인을 어떻게 다룰 지 논의하고 있다"며 "(정부가) ICO를 인정하지 않지만, 발행 코인이 회계상 반영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라면 앞으로 제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유연한 발언을 했다.

올해 4월 ‘NH디지털혁신캠퍼스’ 개소식에서도 그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와 같은 신기술 기반 교육을 통해 이를 과감히 현장에 적용시키는 등 대한민국 금융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