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클라우드 시장에서 KT와 NHN, 네이버 등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에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렸다. 클라우드 사업자들에게 그 동안 이 시장은 각종 규제와 도입 장벽으로 인해 넘볼 수 없는 산이었다. 하지만 1월 금융 클라우드 규제가 완화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다. KT와 NHN, 네이버 등이 이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이 치열해 짐에 따라 누가 금융 클라우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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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금융 및 클라우드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와 NHN,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등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최근 금융보안원 '클라우드 안전성 평가'를 획득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특히 이들은 앞다퉈 금융 클라우드 전용 존을 만들며 고객유치에 적극적이다.

이는 금융 클라우드 시장의 빗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금융권 개인신용정보와 고유식별정보도 외부 전산 시설을 클라우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금융기관은 자체 서버를 두고 관리하던 데이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관리할 수 있어 서버 구축 및 설계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트래픽 폭증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사실상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IBM과 같은 외국계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금융 클라우드 시장도 자칫 외국계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우려의 높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외국계의 경우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클라우드센터 현장 실사를 받아야 하는 데다가 관리 시스템을 국내에 둬야 한다는 점, 탭 장비(금보원이 꽂아 이상유무를 감지할 수 있는 장비) 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점 등의 제약으로 인해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이 금융 추가 보호조치 기준에 따르기 수월해 우위를 점하기 쉬운 셈이다.

◇ KT, 141개 기준 충족하는 별도 클라우드 존 마련…KEB하나은행과 협력

첫 포문은 KT가 열었다. KT는 1일 서울 양천구 목동IDC 2센터 11층에 금융 전용 클라우드 센터를 개소했다. 금융 전용 클라우드 센터는 금융감독원 보안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동시에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에서 금융사 중요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특히 KT 금융 클라우드 센터는 금융보안원이 안정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합보안관제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췄다. 이를 통해 신규 금융서비스 수용 적합성 심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KT는 금융 클라우드 시장에서 최초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KT는 금융에 특화된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하고 AWS 등 현재 클라우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해외 사업자와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김주성 KT  클라우드 사업담당 인프라서비스단 IT기획실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 KT 제공
김주성 KT 클라우드 사업담당 인프라서비스단 IT기획실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 KT 제공
김주성 KT 클라우드 사업담당 인프라서비스단 IT기획실 상무는 "금융 클라우드 시장에서 누가 첫 사업자이냐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금융보안원 규정과 현장실사를 모두 마친 기업은 KT가 최초다"라고 강조했다.

KT는 또 금융감독규정개정안 시행 전부터 프라이빗 환경 기반 보안이 강화된 ‘VPC(Virtual Private Cloud)’와 ‘금융전용 클라우드 보안데이터센터(FSDC)’를 운영해 온 경험을 차별화 요소로 강조한다.

KT는 이미 KEB하나은행 GLN(Global Loyalty Network) 플랫폼을 비롯해 제로페이 포인트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다. 조만간 부산은행 핀테크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김주성 상무는 "금융규제 환경을 완벽히 준수한 KT 금융 전용 클라우드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국내 금융 클라우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NHN, KB금융그룹 맞손…토스트 시큐어 서비스

NHN은 자사 통합 클라우드 솔루션 ‘토스트(TOAST)’를 앞세워 KB금융그룹에 금융 클라우드 제공을 시작했다. NHN은 경기도 판교 자사 데이터센터(TCC) 내에 별도 금융존을 만들었다.

NHN과 KB금융그룹은 지난해 12월 전략적 파트너십 추진 업무 협약을 맺고 디지털 혁신 전략 파트너로 약 7개월간 베타 서비스를 진행했다. 그 결과 NHN은 KB금융그룹 산하 6개 계열사에 NHN 금융 특화 클라우드 서비스인 ‘TOAST Secure(토스트 시큐어)’를 공급한다. 6개 계열사는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캐피탈, KB저축은행 등이다.

NHN은 KB금융그룹 협업 플랫폼 ‘클레온(CLAYON)’을 주축으로 한 KB금융그룹만의 전용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합 제공한다. 클레온은 KB금융그룹이 첨단 정보기술(IT)을 적용한 혁신 금융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마련한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KB금융그룹은 내·외부 파트너와 협업 및 신기술을 적용해 금융·비금융 부문 혁신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클레온을 개발했다.

토스트는 앞서 진행된 금융보안원 CSP 안전성평가 최초로 기본보호조치와 추가보호조치 총 141개 항목에서 평가 면제 없이 100% 적합 판정을 받았다.

김동훈 NHN 클라우드사업그룹 이사는 "KB금융그룹과 계약은 토스트의 우수한 기술력과 서비스 역량이 이뤄낸 성과다"라며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대상 적극적인 시장 공략으로 금융 클라우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 NBP, IBK기업은행·코스콤 협력

네이버에서 IT전문기업으로 분할돼 출범한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은 IBK기업은행과 협력한다. 6월에는 NBP 클라우드 서비스인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이 금융보안원에서 진행하는 클라우드 안정성 평가를 100% 충족하며 통과했다.

이 평가는 IBK기업은행이 클라우드를 활용한 신서비스 구축을 위해 금보원에 보안성 심사를 요청해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NBP 관계자는 "금융 분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이용가이드 상 금보원의 점검을 받았고, 모든 항목을 충족하는 완벽한 결과를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NBP는 올해 초 코스콤과 금융 특화 클라우드 구축을 위한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8~9월 중 여의도에 ‘금융 특화 클라우드 시스템’ 및 ‘금융 클라우드 존’ 오픈할 예정이다.
NBP는 클라우드 관련 보안 인증을 국내 최다로 획득하고, 미국 CSA(Cloud Security Alliance) 스타 골드 등급 인증을업계 최초로 획득하는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바탕으로 한국은행, 한국재정정보원, 삼성카드, 미래에셋대우 등 다양한 금융권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NBP 관계자는 "금융 보안 기술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금융과 공공 영역에 집중해 본격적인 사업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