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이 보유한 우수기술을 직접 구매해 필요한 기업에 공급하는 후불형 R&D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국산화가 가능하지만, 비용 등 문제로 상용화하지 못한 제품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중기부는 또 올해 말까지 당장 국산화가 가능한 소재를 발굴하는 작업에 착수하고 중소기업 제품을 대기업 판로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중회의실에서 중소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 기업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이번 간담회는 일본수출 규제에 따른 업계 우려와 애로사항을 전달받고 정부 차원 대응방안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영선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애로청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 김동진 기자
박영선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애로청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 김동진 기자
이날 중기부는 중소기업이 보유한 핵심 기술을 정부가 직접 산 뒤 필요한 기업에 공급하는, 후불형 R&D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핵심 기술을 보유했지만, 공장 건설 비용이 부족하거나 판로가 확보되지 않아 제품을 상용화하지 못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실제 한 업체는 텐나인(99.9999%) 고순도 불화수소 관련 특허기술을 8년 전 확보했지만 양산은 포기했다. 공정 전반에서 순도 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데다 판로 확보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이런 경우는 정부가 기술을 사서 필요한 기업에 제공하는 연결자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유도"

중기부는 중소기업 생산 제품을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는 계획도 전했다. 중기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산화가 가능하고 대기업에 납품 가능한 품목은 최대 30여개에 이른다.

박 장관은 "일본 수출규제 사태 직후 대기업에 국산화가 필요한 소재·부품·장비 부품 리스트를 요청했다"며 "현재 중소벤처기업 중 당장 제품 생산이 가능하거나 조금만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면 제품 상용화가 가능한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또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대·중소기업 간 ‘분업적 협력관계' 구축에도 힘쓸 계획이다. 우수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단가 후려치기 등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 때문이다. 이를 위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 산하 상생협의회를 설치하고 상생협력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간담회에서 박 장관은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 ICP기업 제도를 꼽았다. 앞서 일본 무역제한 조치에 따르면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할 때는 이전과 달리 수출 건마다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본 당국에서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위한 내부자율준수규정(Internal Compliance Program, ICP)’을 인정받은 기업으로부터 수입할 경우는 이전처럼 포괄 허가가 가능하다.

박 장관은 "일본 ICP 기업을 확인해 이들과 거래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중기부는 다른 해외 부품을 수입해 상용화하기까지 드는 테스트 비용 지원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중기부 차원의 대일 무역 제한까지는 당장 고려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미칠 역효과가 우려되서다.

한편 현재까지는 가시화된 중소벤처업계 피해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설치한 일본수출 규제 애로센터에는 현재까지 11건의 문의 및 신고가 접수됐다. 당장 피해 발생 신고보다는 향후 필요한 조치를 건의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