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최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무역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한 후 국내 기업의 경제 환경 위축을 우려할 수 있다. 정부 출연연구소 중 한 곳인 ETRI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소재부품 분야 중소기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ETRI는 소재부품 분야에서 수십년 간 축적한 기술·인력·인프라 등을 활용해 수출 규제로 위기에 직면한 기업을 돕는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성과가 사장되지 않고 기술 독립을 위한 경쟁력 확보 지원에도 나선다.

ETRI 연구진이 하버맥스와 광대역 통신 시스템 기술 이전 후 네트워크 구성 지원을 제공하는 모습. / ETRI 제공
ETRI 연구진이 하버맥스와 광대역 통신 시스템 기술 이전 후 네트워크 구성 지원을 제공하는 모습. / ETRI 제공
ETRI는 중소기업과 교두보 역할을 할 ETRI 도우미상담센터에 소재부품 전문 연구원을 배치했다. 관련 기업은 전문 연구원 매칭을 통해 시급한 기술 애로사항에 대한 전문적 상담과 서비스를 받는다. ETRI가 보유한 1800명쯤의 전문가 풀도 기술 애로사항 컨설팅에 나선다. ETRI는 물성분석기, 네트워크 애널라이저, 대전력 테스트 장치 등 1900점의 고가의 연구·시험 장비를 개방·공유해 기업의 시험·테스트를 돕는다.

고급 연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ETRI 연구원을 파견한다. 그동안 ‘연구인력 현장 지원’ 사업을 진행했는데, 해당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 ETRI는 2014년 처음으로 현장 지원사업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총 79개 기업에 연구원 69명을 파견했다. 기술사업화로 이어진 실적은 125건에 달한다. 5년간 매년 25건의 사업화를 이뤄낸 셈이다.

ETRI 측은 파견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의 매출 증대와 비용 절감, 일자리 창출, 해외 진출 등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연구원 파견 가능 기간은 종전 파견 시점 이후 1년에서 3년까지 조정한다.

ETRI 연구실과 중소기업을 매칭해 집중 지원하는 ‘E-패밀리 기업’ 사업의 경우, 일본의 소재부품 제재 분야와 관련성이 높고 조기에 대형성과 창출이 예상되는 12개 기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한다. 연구원은 E-패밀리 기업 사업 시작(2017년) 이후 현재까지 총 33개 기업 87건의 기술 지원을 수행했다.

또한, ETRI는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 2018년 렉스젠은 ETRI 파견 인력의 도움을 받아 번호인식 모듈을 개발해 무인단속 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를 통해 20억원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필리핀 다기능 무인단속 시장에 진입했다. 그리드위즈는 기술력은 있었지만 사업 전개 방향을 고민을 많은 기업이었다. ETRI 연구원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워크샵에 나서고, 관련 기관 전문가를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해당 기업은 2018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고 벤처활성화 유공포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박종흥 ETRI 중소기업사업화본부장은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통해 한국 부품소재 기업의 위기 극복을 돕도록 할 것이다"며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투입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