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3억명이 사용하는 SNS인 페이스북이 툭하면 먹통이다. 패밀리 앱인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은 1월·3월·4월·6월에 차례로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3월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10시간이 넘는 초유의 서비스 장애가 일어났다. 일부 페이스북 사용자는 29일 오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접속이 안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뚜렷한 원인 규명을 하지 않는다. 점차 이용자의 신뢰를 잃는 모습이다. 장애 발생 시 민원을 받는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도 답답한 심정을 드러낸다.

29일 통신업계는 페이스북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려면 통신망의 안정적 사용을 위한 통신·CP 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망 비용 회피 목적으로 통신사와 힘겨루기를 하면 결국 양측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주장이다.

페이스북 PC버전에서 서비스 장애로 게시물이 뜨지 않는 모습. / IT조선 DB
29일 복수의 제보에 따르면 일부 페이스북 이용자는 게시물이 뜨지 않거나 메신저 접속이 되지 않는 등 서비스 장애를 겪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장애 원인에 대해 속시원히 밝히지 않았다.

페이스북 측은 IT조선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오늘 발생한 서비스 장애는 내부적으로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다"라며 "그동안 장애 발생 시에도 구체적 원인을 밝힌 적은 없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7월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외신을 통해 "일상적인 유지 보수 작업 중 일부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업로드하거나 보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서비스 장애 등 망 안정성 미확보 사례는 가볍게 넘어갈만한 사안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2016년 12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접속 경로를 KT에서 홍콩으로 바꿨다. 2017년 초에는 LG유플러스 접속경로를 홍콩‧미국 등으로 변경했다. 페이스북 접속 응답속도는 변경 전 대비 평균 4.5배 느려져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 행정지방법원은 22일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변경 사례가 이용자에게 불편을 준 것이라고 해도 이익을 침해했다고는 보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유튜브·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는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글로벌 서비스에 접속하는 서버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이용 품질이 나빠져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현판(왼쪽), 페이스북 로고. / IT조선 DB
방통위 패소 판결 이후 CP 진영의 목소리가 한층 커진 모습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외 CP는 최근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에서 페이스북이 승소한 것과 관련해 문제의 핵심이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이 아니라 지속적인 망비용 증가와 이를 부추기는 상호접속 고시라는 입장을 냈다.

국내외 CP는 26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세계에서 유례없는 ‘상호정산 제도’를 도입해 통신사가 망 비용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고착시켰다고 주장했다. 상호정산은 통신사 간 서로 망을 이용하고 지불하는 대가다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이 소속된 한국통신사업자협회(KTOA)는 28일 문제의 핵심이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의 망비용 회피에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형 글로벌 CP들이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대부분 망 비용을 내지 않고 있어 망 비용의 지속적 증가와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는 글로벌 CP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협력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사안으로 봐야하며, CP가 망 이용대가 협상을 위해 악용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CP가 없으면 통신사도 성장할 수 없지만, 통신사의 네트워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발전이 없으면 CP도 성장할 수 없다"며 "CP도 트래픽 유발 및 통신망으로 얻는 혜택에 맞게 망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한 관계자는 "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통신사와 원활히 협조하고 있으며 망 이용대가도 계약에 따라 성실히 지불하고 있다"며 "망 비용을 놓고 통신사와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을 내지 않기 위해 고의로 품질을 악화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