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페이스북과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했다. 방통위는 접속 속도를 고의로 지연한 의혹을 받는 페이스북의 행위가 ‘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페이스북의 승소 판결을 내린 1심에 불복해 6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방송통신위원회 현판(왼쪽), 페이스북 로고. / IT조선 DB
방송통신위원회 현판(왼쪽), 페이스북 로고. / IT조선 DB
방통위는 앞서 페이스북이 서비스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한 것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3억9600만원의 과징금 조치를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8월 22일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행위에 해당할 뿐, 이 사건 쟁점조항에서 정한 ‘이용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내린 시정명령 등 처분은 위법하며 모든 제재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방통위는 2심 변론기일에 맞춰 항소 취지를 담은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변론기일이 열리기 전까지 치밀한 준비를 하고, 페이스북이 대응할 시간을 최소화하는 전략적 판단이다.

최성호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항소장 제출 이후 변론기일은 빠르면 한달 후쯤으로 잡힌다"며 "항소이유서는 행정 처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잘 연구해서 적절한 시기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업계는 2심에서도 이용 제한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본다. 법원은 당시 판결에서 원칙적으로 이용 자체는 가능하지만 지연되거나 불편을 초래한 경우는 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아 이에 대한 책임을 페이스북에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접속이 지연되거나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까지 ‘이용의 제한’에 해당한다면, 통신사(ISP)의 전송용량과 다른 CP의 트래픽 양 등 외부의 많은 요소에 의해 위반 여부가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해외 전송망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면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이용이 지연되거나 불편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스스로 국제전용회선 및 해외 ISP와의 연동 용량을 증설해 접속 속도를 회복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접속경로 변경으로 접속 속도가 저하돼 이용을 지연하거나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를 제재하려면 쟁점조항인 ‘이용제한’ 외에 별도로 명문의 규정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CP의 접속 속도 지연 행위가 이용제한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강하게 펼 것으로 예측된다.

최성호 국장은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를 운행했을 때 속도 지연 현상이 있으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용제한의 개념을 서비스가 작동하지 않을 때까지로 보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 속도 지연 행위가 이용제한에 해당한다는 논리와 증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방통위가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한 항소심의 1차 변론기일은 빠르면 10월 중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