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법규에도 없는 조건 달아 대응하기 어려워"
신임 금융위원장 면전에서 불만 토로
은성수 위원장 "뼈아픈 말씀…자세히 검토하겠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가 증권업 진출 포기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관련 법 규정에 명시되지도 않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이유다. 그는 같은 이유로 제3인터넷전문은행 진출 포기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18일 오전 서울 강남 디캠프에서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취임 후 첫 혁신분야 대표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IT조선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IT조선
이 대표는 이날 "증권업 진출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며 "인터넷은행 진출 포기 이유도(증권업 포기를 하게 된 계기와) 비슷하게 연결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증권업 진출 허가에 비바리퍼블리카 측이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건이 현행 법에 명시되지도 않은 부분이라고도 언급했다. 다만 그는 금융당국이 내건 조건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인터넷은행 진출 준비 작업도 증권업과 같은 문제로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증권업 진출을 막은 이슈가 인터넷전문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이대로라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멈출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법에 정해진 요건을 못 지켜서 부족하다면 당연히 우리도 보완할 것이다"라며 "법에 정해지지 않은 조건을 얘기하니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앞서 토스는 올해 5월 금융당국에 증권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모바일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예비인가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2개월 내에 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토스도 7월 중 증권사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맞춰 조직 구성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에 따르면 증권사 설립준비 비용으로만 수백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9월 현재 심사 진행이 멈췄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심사가 계속 공회전하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얘기할 때는 모든게 잘 될거 같은데 정작 금융감독원과 얘기해보면 진행되고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실무 진행이 잘 되도록 (금융위와 금감원 등이) 온도를 맞춰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토스는 인터넷은행 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올해 5월 예비인가 심사 결과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출자능력 등 지배주주 적합성, 자금조달능력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는 토스뱅크조차도 재도전을 포기하면 사실상 은성수 발 첫 대규모 사업인 제3인터넷은행 사업은 흥행에 실패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재차 시작될 예비인가 신청에 참여할 것으로 물망에 오르는 신규 후보 컨소시엄도 없다. 토스뱅크와 함께 신청서를 냈다 낙방한 키움뱅크 컨소시엄도 이번 심사 재도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에 은성수 위원장은 "뼈 아픈 말씀을 해주셨다"며 "자세히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