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감사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G 장비 보안 이슈가 도마에 올랐다.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유료방송 M&A가 더이상 지연돼선 안 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알뜰폰 업계가 위축하지 않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과방위는 18일 국회에서 과기정통부 종합감사를 열고 ▲5G 통신 보안 우려 ▲알뜰폰 시장 위축 ▲유료방송 M&A 제동 등에 대해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 이광영 기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 이광영 기자
화웨이 보안 이슈 또 다시 수면 위로

박대출 과방위 소속 의원(자유한국당)은 종합감사에서 화웨이 장비에 백도어를 통한 해킹 가능성 등 모든 분야에서 보안 취약점이 노출됐다며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도 "영국 사이버보안평가센터의 보고서를 보면 화웨이에 보안 우려를 지속 전달해왔음에도 개선된 것이 없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기술력에서 심각한 결함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있다"며 "프랑스도 5G 장비 도입에 강력한 법을 적용했는데 과기정통부도 이처럼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보안 이슈와 관련해 현재 뚜렷한 문제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장비 도입과 운용 등 전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보겠다"며 "정부는 5G 보안협의회를 통해 화웨이뿐 아니라 모든 5G 장비와 관련한 보안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종합감사를 통해 스페인 국제보안 검증 연구소로부터 5G 통신장비에 대한 공통평가기준(CC) 인증 절차를 마쳤다며 보안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멍 샤오윈 한국화웨이 지사장(오른쪽)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 증인 출석한 모습. / 이광영 기자
멍 샤오윈 한국화웨이 지사장(오른쪽)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 증인 출석한 모습. / 이광영 기자
이날 증인 출석한 멍 샤오윈 한국화웨이 지사장은 "2018년부터 CC 인증 절차를 진행해 2019년 7월 모든 기술 검증을 완료했고 문제가 없었다"며 "현재 스페인 정부의 인증서 발급을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멍 지사장은 화웨이 장비에 설치된 백도어로 민감한 정보가 탈취될 수 있다는 박대출 과방위 소속 의원(자유한국당)의 지적에 대해선 "기업이 백도어를 설치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며 "한국을 포함해 세계 어느 정부와도 ‘노 백도어’ 협약을 할 경우 문서에 서명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화웨이의 CC 인증 발급 여부와 별개로 보안 이슈 해소를 위해 통신장비를 지속 점검할 계획이다. 최 장관은 "CC 인증을 받으면 보안 검증에 도움이 되지만, 완전히 이슈를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른 개선점이 있으면 살펴보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M&A 조기 심사 목소리 내달라"

김경진 의원(무소속)은 최 장관에게 유료방송 시장 조기 재편을 위해 과기정통부가 공정위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 건 관련 전원회의에서 추가로 검토할 부분이 있다며 승인을 유보했다. 통신업계는 유튜브·넷플릭스 등 외산 기업의 한국 시장 공략 가속화에 대응하는 키로 M&A 카드를 집어 들었는데 비상이 걸린 셈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 앞줄 첫 번째)과 민원기 제2차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 참석한 모습. / 이광영 기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 앞줄 첫 번째)과 민원기 제2차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 참석한 모습. / 이광영 기자
김 의원은 "공정위가 유료방송 M&A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시장재편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불공정 거래 등 (IPTV의) 지배력이 한곳으로 집중한다는 공정위의 입장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글로벌 사업자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에서 IPTV 중심으로 재편이 필요한데 과기정통부가 이런 의견을 공정위에 적극 개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공정위가 유사 건을 병합해 심사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며 "(과기정통부도) M&A 절차가 늦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M&A 여파로 알뜰폰업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소 알뜰폰업체의 경우 M&A를 권장해 이통사와 알뜰폰업체 간 건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최 장관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로 알뜰폰 산업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알뜰폰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CJ헬로와 티브로드가 LG유플러스, SK텔레콤과 통합하면 시장에도 변화가 생긴다"며 "알뜰폰 업계가 위축될 수 밖에 없어 정부 차원에서 시장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질의했다.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정부의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와 5G 요금제 지원은 알뜰폰 자체 경쟁력을 높이기 보다는 일시적으로 링거를 꽂는 정책에 불과하다"며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것은 시장에 긍정적 신호이며, 이같은 사례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유료방송 M&A 신청 건을 신속하게 판단하되, 알뜰폰에 대해서도 성장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견을 냈다.

민 차관은 "KB국민은행이 규제 샌드박스로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도 비슷한 사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안다"며 "알뜰폰 산업을 살려야 이통사도 통신요금을 내리고 혁신을 할 수 있다. 알뜰폰에도 활발한 M&A가 이뤄지도록 이통사와 알뜰폰 간 건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돕겠다"고 말했다.